25일 현대차에 따르면 23일 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택시회사에서 충전 중 발생한 코나EV 화재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재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등과 협조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경찰에 신고된 건으로 사고 이후 인근 현대차 서비스센터에 차량이 인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경찰의 수사 방향이 결정된 뒤 차량에 자체적으로 접근해 관계기관과 함께 본격적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인 파악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나EV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코나EV는 지난해 들어서만 국내에서 5월, 8월, 9월, 10월 등 화재사고가 잇따라 결국 리콜조치됐다.
이번 사고는 현대차가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의선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코나EV와 아이오닉5가 완전히 다른 플랫폼을 활용하지만 같은 전기차라는 점에서 코나EV의 화재사고는 아이오닉5에 부정적 이미지를 안길 수 있다.
아이오닉5는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첫 전기차로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 도약을 이끌 기대주로 평가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아이오닉5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시장 공략 목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오닉5가 얼마큼의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는 전용 플랫폼 E-GMP를 공유하는 기아와 제네시스 전기차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지난해 현대차가 코나EV의 화재 가능성을 인식하고 리콜 형식으로 진행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더욱 확실한 품질 검증을 위해 아이오닉5의 출시시기를 뒤로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시대 들어 무엇보다 품질을 강조하면서 기대감 높았던 주요 차량의 출시시기를 조율한 경험이 이미 있다.
제네시스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GV80은 현대차의 2019년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그 해 10월 정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연말에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결국 해를 넘겨 2020년 1월 출시됐다.
현대차는 특정 차량의 출시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더욱 철저한 품질 검증을 위해 출시를 미뤘다는 시선도 나왔다.
정 회장이 애초 계획대로 2월 온라인으로 아이오닉5의 글로벌 공개행사만 열고 실제 고객에게 판매하는 시기는 1분기 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있다.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티저 이미지.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2번째 SUV GV70 때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썼다.
GV70은 지난해 10월 말 디자인을 공개하고 한 달 반 넘게 위장막 없이 도로 테스트를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말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주행 테스트 기간에 실제 도로에서 GV70을 찾아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소비자에게 시승기회를 주는 등 GV70을 향한 기대감을 이어가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품질 논란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신차 디자인을 공개한 뒤 위장막을 벗긴 채 한 달가량 실제 도로에서 차량을 검증하는 과정을 추가했다.
그렇다고 정 회장이 아이오닉5의 출시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정 회장은 올해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시장 원년으로 삼고 공격적 시장 확장을 예고했는데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무엇보다 전용 플랫폼 전기차를 통한 시장 선점이 중요해졌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1년에는 글로벌 친환경 선도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며 “E-GMP에 기반한 신차 출시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반영한 매력적 친환경수단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