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게임사업 계열사인 엔진과 다음게임을 합병하기로 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CXO조직에 최고게임책임자(CGO)를 신설한 뒤 곧바로 이뤄진 조치다. 카카오가 최근 부쩍 게임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사업으로 게임을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엔진과 다음게임 합병
카카오는 자회사인 다음게임과 손자회사인 엔진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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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카카오에 따르면 다음게임과 엔진은 23일 각각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합병에 관한 안건을 처리했다.
카카오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두 회사의 합병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진이 합병 뒤 존속법인으로 남는다. 남궁훈 엔진 대표가 엔진의 모바일게임사업과 다음게임의 PC온라인게임사업을 책임지게 된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게임플랫폼사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파트너들의 성공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통해 국내 모바일 게임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엔진이 모바일게임과 PC온라인게임사업을 통합관리하게 되면 게임 수익모델과 플랫폼 전략에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두 계열사의 합병으로 PC와 모바일게임 영역에서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것”이라며 “신설되는 새 법인은 국내 게임시장을 확대하고 해외진출도 늘리는 퍼블리싱 전문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범수, 카카오 게임사업 강화하는 이유
게임사업이 카카오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뒤 게임사업이 회사의 중심에서 다소 멀어졌다. 카카오가 합병 뒤 새로운 사업모델 찾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본격 진출한 모바일 교통서비스사업이나 카카오톡을 활용한 검색, 포털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 사이 카카오의 게임사업 매출은 올해 1분기 700억 원에서 3분기 500억 원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PC온라인게임을 맡고 있는 다음게임의 경우 1~3분기 연속 손실을 냈다.
하지만 카카오가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지난 7월 이후 변화가 나타났다.
카카오는 올해 8월 엔진을 손자회사로 삼았다.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엔진의 지분 66%를 120억 원에 사들인 것이다.
카카오는 이달부터 모바일 도박게임(보드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8일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XO조직에 최고게임책임자(CGO)도 신설했다.
게임사업이 다시 카카오의 핵심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이는 김범수 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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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훈 엔진 대표. |
김 의장은 2000년대 초반 ‘한게임’을 운영하며 큰 돈을 벌었다. 김 의장이 현재 위치에 오르는 데 게임사업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김 의장은 2012년 무료 메신저 플랫폼이던 카카오톡에 게임유통 서비스를 접목해 카카오톡의 수익을 대폭 끌어올린 경험도 있다.
김 의장이 남궁훈 대표에게 카카오의 게임사업 주도권을 쥐어준 점도 주목을 끈다. 남궁 대표는 김 의장의 첫 직장인 삼성SDS 시절 회사 후배였는데 퇴사 이후 김 의장과 함께 한게임을 운영했다.
김 의장과 남궁 대표가 함께 운영했던 한게임은 수익성에 기반한 보드게임을 주로 서비스한 플랫폼이다. 두 사람이 카카오 조직 안에서 게임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모바일 교통서비스나 O2O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게임만큼 수익성을 안겨다주는 모델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김 의장 입장에서 게임을 집중육성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