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사장은 디지털 전환전략에 힘을 주기 위해 스마트폰사업 전열 재정비를 통한 2021년 스마트폰 흑자전환 달성을 향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1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20년 영업손실 7천억 원가량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부터 6년째 연간 적자가 이어지는 것이다.
LG전자가 오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스마트폰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LG전자의 디지털 전환전략과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조직 운영방식과 사업모델 등을 혁신하는 방안을 말한다.
LG전자는 자체 사업방식뿐 아니라 고객의 삶도 디지털로 바꿔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모든 가전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통제되는 스마트홈 생태계가 그 예다.
스마트홈 생태계에는 자동차도 포함된다. LG전자는 자동차용 운영체제 ‘웹OS오토’를 바탕으로 집안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기술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스마트폰은 이런 디지털 전환전략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하드웨어로 꼽힌다. 대부분의 사람이 항상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는 만큼 ‘모든 것이 연결된 삶’을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는 없다.
다만 LG전자 스마트폰이 실제로 디지털 전환전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지도를 더욱 높일 필요성이 크다. 현재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2~3% 수준에 그친다.
권봉석 사장, 이연모 MC사업본부장 부사장 등 LG전자 경영진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새 전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꺼내든 이유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독특한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가로로 돌리는 스마트폰 ‘LG윙’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선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화면을 펼치는 두루마리형(롤러블) 스마트폰 ‘LG롤러블’ 출시가 예정돼 있다.
권 사장은 2020년 12월 열린 ‘제15회 전자·IT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폰사업을 두고 “내년에는 프리미엄 중심으로 좀 더 성장하고 질적 개선을 하겠다”며 프리미엄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가로로 돌리는 폰, 롤러블폰 등 눈길을 끄는 프리미엄 제품은 브랜드 가치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만 스마트폰사업 실적을 개선하기 어렵다. 애플을 제외한 주요 스마트폰기업은 판매량의 대부분을 프리미엄이 아닌 중저가 제품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차기작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스마트폰 위탁생산(ODM)을 늘리고 중저가 모델을 확대하는 등 사업 재정비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LG전자 스마트폰 윙.
LG전자는 스마트폰 위탁생산 비중을 2020년 60%에서 2021년 70%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미엄 모델을 제외한 보급형 제품 대부분을 위탁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 연말 조직개편으로 ODM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저렴한 5G스마트폰 출시도 전망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중저가형 모델에 관해서는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가격이 낮은 5G스마트폰을 내놨을 때 소비자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020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사업을 두고 “생산지 효율화 및 ODM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효과와 함께 보급형 제품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며 “내년에는 중가에서 저가에 이르는 가격대별 5G 보급형 제품군을 확대해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권 사장의 애초 목표대로 LG전자가 2021년 모바일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그동안 시장에서 나왔던 스마트폰사업 철수설도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LG전자는 스마트폰시장에서 힘을 잃기 시작한 뒤 여러 풍문에 시달렸다. 2015년에는 구글이 LG전자 지분을 인수해 인수합병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최근에도 모바일사업의 대규모 적자, 윙의 흥행 부진 등을 근거로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철수설이 흘러 나왔다. 이런 스마트폰 철수설을 놓고 LG전자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