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산업 주식 DL과 DL이앤씨로 나눠 상장, 복합기업 족쇄 풀고 주가 오를까
대림산업이 인적분할해 출범한 지주사 DL과 건설사 DL이앤씨 주식이 25일 각각 상장됩니다.
DL은 물적분할을 통해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인 DL케미칼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 형태로, DL이앤씨는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를 독립시킨 형태로 새로 출발합니다.
DL과 DL이앤씨 주식 시초가는 상장 신청일 25일 기준으로 평가가격의 5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한 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만나는 가격으로 결정됩니다.
대림산업 주식은 지난해 12월28일 8만3천 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DL과 DL이앤씨 분할비율은 44 대 56으로 차이가 크지 않아 평가가격도 8만3천 원의 절반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는 셈인데요. 시초가에 따라 두 회사를 향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림산업은 건설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함께 하는 복합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주가에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반영됐다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란 연관성이 적은 사업을 하는 기업은 시설, 인력 등의 운용이나 투자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관 사업만을 운영하는 기업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받는 경향을 말합니다.
세계 최대 투자자문사 ISS가 대림산업 분할에 찬성 의견을 권고한 것도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DL이앤씨는 특히 주력인 주택사업 순항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게 점쳐집니다.
DL이앤씨는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건설사로 분할 이후에도 연간 영업이익 9천억~1조 원을 낼 수 있다는 증권업계 예측이 나옵니다. 이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큰 것입니다.
올해 약 2만 세대 주택분양, 리모델링으로 도시정비사업 확대 등이 주택사업 실적을 이끌 주요 성장동력으로 꼽힙니다.
주택사업에 강점이 있는 대형건설주가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데 DL이엔씨도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DL은 DL이앤씨보다 올해 당장 많은 실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분할 과정에서 자본은 44%를 들고 왔지만 채무는 28%만 들고 와 재무적으로 여유를 바탕으로 한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너인
이해욱 회장이 글로벌 석유화학사 카리플렉스를 인수하는 등 석유화학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점도 DL이 재무적 여유를 기반으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에 힘을 싣습니다.
인수합병으로 자회사를 늘리거나 DL케미칼의 실적이 확대된다면 지주사 DL의 주가도 함께 높아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 DL에서 또 도전하는 배원복, 이해욱 지배력 높이며 기업가치도 높일 방안 찾을까
배원복 DL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DL그룹 지주사 DL을 이끄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배 부회장은 LG전자 마케팅그룹장(부사장) 출신으로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LG전자 피처폰 전성시대를 이끈 전자제품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18년 DL그룹에 영입된 뒤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대림오토바이,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를 거쳐 지주사 DL 대표까지 맡게 됐습니다.
배 부회장은 2019년 10월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시장으로부터 의구심이 담긴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건설업 경험이 전혀 없는 배 부회장이 재계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곳으로 여겨지는 건설업계에서 일하며 국내 3대 건설사인 대림산업을 제대로 이끌기가 어렵다고 봤던 것입니다.
그러나 배 부회장이 코로나19 발생으로 어려웠던 2020년에도 안정적 실적을 내자 DL 대표이사 취임 과정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건설사 가운데 최대 수준인 영업이익 1조2천억 원가량을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 부회장이 DL을 이끌며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2개 과제는 기업가치 상승과 DL그룹 지배구조 확립이 꼽힙니다.
DL은 대림산업 매출에서 70%가량을 담당했던 건설사업부를 떼어낸 뒤 석유화학사업 계열사인 DL케미칼을 주력으로 삼아야 해 단기적으로 실적 증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기업 사이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석유화학제품도 마케팅을 통해 실적 확대를 노려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배 부회장이 마케팅 실력을 발휘해 사업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DL이 석유화학사업에서 추가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 지은 카리플렉스 수준의 회사를 또 인수할 수 있다면 자회사 실적 증가로 DL의 기업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 부회장은 DL그룹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절차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DL이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실시할 가장 유력한 방안은 유상증자가 거론됩니다.
DL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DL과 DL이앤씨 지분을 각각 21.7%씩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이 DL이앤씨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는
이해욱 회장이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해
이해욱-대림코퍼레이션-DL-DL이앤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됩니다.
DL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DL이앤씨 지분을 확보하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가량을 내는 DL이앤씨 지분소유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DL이앤씨는 DL그룹의 핵심, 마창민 주력 주택사업에서 마케팅 실력 보여준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도
배원복 부회장 못지않은 도전을 올해부터 시작합니다.
마 대표가 취임하면서 DL그룹의 핵심인 DL이앤씨는 건설업 경험이 없는 LG전자 출신 마케팅 전문가가 잇달아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마 대표는 지난해 11월 DL이앤씨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LG전자에서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했는데 2000년대 초반에는
배원복 부회장과 함께 LG전자 피처폰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마 대표는 경험이 없는 건설업에서 대표를 맡게 됐지만 비슷한 출발을 했던 배 부회장처럼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것이라는 시선이 많습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올해 DL이앤씨가 영업이익 9천억~1조 원을 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내는 것입니다.
마 대표가 마케팅 능력을 보여줄 대표적 분야로는 주택사업이 꼽힙니다.
올해도 코로나19로 해외플랜트나 인프라사업이 위축되면서 국내 주택사업은 건설사들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택분양, 도시정비사업 수주 등 주택사업에서 건설사의 주거 브랜드가 지니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마 대표가 LG전자에서 피처폰 성공을 일군 마케팅 실력을 활용할 기회가 넓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DL이앤씨는 올해도 e편한세상, 아크로 두 주거 브랜드로 주택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e편한세상이 지난해 재단장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 대표는 고급 브랜드인 아크로에 변화를 주는 마케팅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DL이앤씨는 부산 해운대 등 지방으로 아크로 브랜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적용 여부에 따라 마 대표의 아크로 활용 전략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DL 유상증자는 언제 이뤄질까, 이해욱 지배력과 DL홀딩스 기업가치의 분수령
DL과 DL이앤씨가 상장되면 시장의 관심은 DL의 유상증자에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DL과 DL이앤씨 주가 모두 DL의 유상증자 여부나 시기에 따라 크게 움직일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대림산업의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은 DL과 DL이앤씨 분할로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21.7%씩 보유하게 됐습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DL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DL이앤씨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DL 지분율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대림코퍼레이션의 DL 지분율이 49%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해욱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
이해욱-대림코퍼레이션-DL-DL이앤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되는 것입니다.
이 유상증자는 추가자금 투입 없이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욱 회장에게는 최상의 카드로 여겨집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지주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인적분할한 뒤 HDC 지배력을 높이고 지주사체제를 확립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다만 유상증자를 추진할 시점을 놓고서는 증권업계의 전망이 엇갈리는 편입니다.
이해욱 회장이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이른 시점에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주주반발 등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림산업은 DL과 DL이앤씨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주주친화정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DL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유상증자가 갑작스럽게 추진된다면 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림산업은 회사 분할의 목적이 각 사업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DL 유상증자 시기는 주주친화정책이 나온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올해 배당확대 등이 나온다면 유상증자를 위한 준비 과정이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 LG전자 피쳐폰 성공 이끈 배원복 마창민, 이해욱 기대 업고 DL그룹 이끈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 프라다폰, 초콜릿폰, 샤인폰 등이 잇달아 흥행하며 피처폰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LG전자 휴대폰사업 마케팅을 이끌었던 핵심인물이
배원복 부회장과 마창민 대표입니다.
배 부회장과 마 대표 모두 마케팅 전문가로 상당히 개방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 부회장은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시절 직원 500여 명의 이름을 외워 불렀고 특히 감성적 성향을 지닌 디자이너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마 대표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데다 존슨앤드존슨 등 해외기업에서 일해 수평적 사고방식을 지닌 것으로 전해집니다. 올해 처음 내놓은 신년사에서도 스스로를 향한 다짐 형태로 내놓은 데서도 이런 성향은 잘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배 부회장과 마 대표 모두 남용 DL 이사회 의장과 인연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남용 의장은 LG전자 부회장 출신으로 배 부회장, 마 대표와 LG전자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습니다. 마 대표를 LG전자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해욱 회장은 LG전자 출신 경영자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LG그룹과 DL그룹 사이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 회장의 아내인 김선미씨는 구본무 전 LG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씨의 딸이기도 합니다.
이 회장은 건설업, 석유화학업 등 보수적 조직문화가 있는 DL그룹에 배 부회장, 마 대표가 변화를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DL그룹이 주력으로 삼는 사업들에서 마케팅이 이전보다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 회장이 두 사람을 영입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DL그룹을 글로벌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두 사람이 이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배 부회장이 대림산업을 안정적으로 이끈 사례를 봤을 때 이 회장의 이런 시도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다만 배 부회장과 마 대표 모두 경영능력 전반을 검증할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회사를 이끌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경영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