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야권 내부에 흐르는 '
안철수 대세론'을 차단하기 위해 집안 단속에 매달리고 있다.
'3자 구도 승리론'까지 꺼내들었는데 국민의힘이 반드시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김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를 노력하겠지만 못하겠다고 하면 할 수 없는 것이고 단일화하지 못해도 3자 구도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제껏 국민의힘 안에서는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게 상식처럼 통했다. 그런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자 3자 구도 승리론까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자 구도 승리론의 근거로 1995년 서울시장 선거 사례를 꼽았다.
당시 민주당의 조순 전 서울시장이 박찬종 무소속 후보를 꺾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초반에 우세한 여론 지지도에서 우세했지만 결국 조 전 시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지금은 안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우세해 보이지만 최종 투표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거대 양당 후보에 쏠리게 될 것이며 따라서 결국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얘기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이 왔다’며 대선 도전을 권유하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김 위원장은 11일에도 안 대표와 단일화 얘기를 꺼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등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3자 구도 승리론을 두고 압박 카드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안 대표와 나란히 보궐선거를 치를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와 나란히 출마한다면 결국 안 대표가 꼴찌를 할 것이며 정치생명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일 수도 있다. 상대의 굴복시켜야 살아남는 '치킨게임' 성격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김 위원장의 목표는 누가 됐든 국민의힘 후보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면 내년 대통령 선거도 기약할 수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연일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안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를 굳히고 있는 데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면 할 수록 안 대표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조건부 출마 선언’도 되레 안 대표의 몸값만 더 높여줬다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여전히 후보 단일화가 우선이라는 태도다. 김 위원장과 무게중심이 다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분열돼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주면 안 된다는 데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단일화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는 연일 보폭을 넓히고 있다. 10일 보수성향 인사인 김동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났고 다음날인 11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만났다.
특히 홍 의원과 만남을 놓고 안 대표나 홍 의원 측 모두 ‘우연히 만났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김 위원장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까지 바라보고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두고 집안단속을 하는 한편 대항마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참신하면서도 유능한 새 인물을 찾고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1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 비대위 차원에서 기업가 출신의 누군가를 영입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L모씨의 영입이 끝났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했다.
이에 L씨가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자 이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국민의힘이 영입했다는 L씨가 아니다”며 “공직을 맡을 생각도 없고 국민의힘을 지지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