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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재벌' 이중근, 차기사업이 없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5-23 20: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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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주택 재벌' 이중근, 차기사업이 없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세발자전거 경영론’을 펼친다.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처럼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잘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이런 경영방침이 부영그룹을 임대주택사업의 ‘절대강자’로 만들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임대주택사업에 뛰어들어 한 때 임대주택시장의 90%를 장악했다.
 
임대주택사업은 이 회장에게 절대 넘어지지 않는 세발자전거였다. 외환위기 때 건설회사들이 줄부도를 낼 때도 끄떡없게 만든 힘이었다.

그 결과 부영그룹은 굴지의 그룹이 됐다. 부영은 모든 건설회사들을 제치고 자산총액 15조로 재계 20위에 올랐다. 대우건설(26위)보다 무려 6단계나 높다. 부영그룹은 부영을 비롯해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연매출 2조 원이 넘는다. 전체 매출의 80%가 임대주택사업에서 나온다.
 
이 회장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개인 자산가치는 1조8038억 원으로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보다 높다. 이 회장은 국내 7위의 부자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제 임대주택사업이 더 이상 세발자전거가 될 수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임대주택사업을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새로운 세발자전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 재계 20위에 걸맞는 이미지 관리 나서다

이 회장은 최근 모든 직원의 연봉을 1천만 원씩 올리라고 지시했다. 이 회장은 밑에서 올라온 ‘건설회사 연봉조사 보고서’를 받아들고 임원회의에 들어가 획기적 연봉인상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의 월급을 우리나라 10대 건설기업 수준만큼 끌어올리라”고 말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영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직원들의 사기 역시 높아져야 한다고 회장님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연봉에서 그치지 않았다. 직원 복지의 수준도 높이고 재계 서열 20위 그룹 위상에 걸맞게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부영그룹은 당장 공사현장과 영업소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하루 한 끼에서 세 끼로 늘리기로 했다.


부영그룹이 짓는 아파트에서도 수준을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영그룹은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의 경우 계약자 요구에 따라 실내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도입하기도 했다.

  '임대주택 재벌' 이중근, 차기사업이 없다  
▲ 부영 '사랑으로' 임대아파트

그룹의 홍보조직도 확대되고 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말 홍보업무 경력이 있거나 언론계에 몸담은 인력을 이사급 홍보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6명에 불과한 홍보부 실무진 숫자도 크게 늘렸다. 이 회장이 그동안 외부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던 점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 회장단에 합류할 후보로도 이름이 거명됐다.

이 회장은 모교인 건국대에 건물을 기부하기로 했다. 부영의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건축비 80억 원을 들여 건국대에 인재개발원인 ‘우정원’을 지어 기증한다. 이 회장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우정원은 이 회장의 아호를 딴 이름이다. 굴지의 그룹들이 대학에 총수의 아호를 딴 건물을 기부하는 것과 똑같은 행보다.

◆ 임대주택사업에서 발을 빼다

이런 행보는 이 회장이 그동안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임대주택사업을 축소하고 부영그룹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이 회장은 임대주택사업을 통한 수익확보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은 1985년부터 입주민들에게 아파트 등을 먼저 임대분양하고 5년, 10년 내로 보증금을 갚게 하는 사업을 했다. 입주민들은 정부에서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아 보증금 형태로 부영에 낸다. 매달 임대료도 낸다. 입주민들은 기한이 되면 애초 약속한 분양전환금을 완납하고 집주인이 된다.

부영은 이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월세를 받아 마르지 않는 현금을 창출한다. 또 부영은 임대주택사업 공사비 35% 가량을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받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사업구조가 부영의 소리없는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려졌다. 건설회사들은 분양이 어렵게 되자 너나없이 전세월세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주택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들어선 데다 경쟁도 치열해졌다.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에서 더 이상 과거처럼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이 회장은 “국내 주택시장은 앞으로 신규분양보다 기존주택의 감가상각에 따른 교체수요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회장의 예측대로 임대주택자산은 매년 줄고 있다. 부영의 임대주택채권은 2007년 4조 원을 넘었으나 2011년 말 2조7482억 원으로 4년 만에 반토막났다. 이는  임대주택사업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앞으로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영은 그동안 확보한 현금으로 인수합병(M&A)과 택지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입주민들이 부영을 상대로 줄소송을 거는 것도 부영에게 큰 위험요소다. 부영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금이 턱없이 높게 책정됐다며 부영을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소송을 냈다.

부영그룹은 청주와 김해 등에서 잇따라 패소해 47억4천만 원을 돌려줘야 되는 상황에 놓였다. 입주민들의 소송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부영그룹의 주수익원인 분양전환금을 반환하게 되면 부영의 임대주택사업은 수익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임대주택 재벌' 이중근, 차기사업이 없다  
▲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는 2011년 김해시청에서 부영임대아파트 분양전환을 위한 민간감정평가법인의 합리적 감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 다른 세발자전거 찾아 나서다

“따로 신사업을 구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5년 묵는 임대주택이나 일주일 묵는 호텔이나 리조트나 똑같은 주택사업이라고 봅니다. 소공동 땅에 호텔을 지어 세계적 체인에 경영을 맡기면 어떨까 검토 중입니다.”


이 회장이 2012년 한 말이다. 주택사업의 연장선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이 회장의 사업다각화는 2011년부터 진행됐다.

먼저 인수합병에 뛰어들었다. 부영그룹은 2011년 하나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30억 원을 투자했다. 또 종편 TV조선에 171억 원을 넣었다. 이밖에도 영풍파일, 쌍용건설, 한국토지신탁 등의 인수전에도 도전했다.

부영그룹은 2011년 무주리조트를 인수했다. 인수 후 무주덕유산리조트로 이름을 바꿨다. 무주리조트는 10여 년 이상 적자로 고전하다가 지난해 첫 흑자를 냈다. 하지만 280%가 넘는 부채비율과 880억 원 가량의 차입금은 여전히 부담이다.

부영그룹은 2012년 전남 순천에 퍼블릭 골프장을 열었다. 또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 호텔과 리조트를 시공 중이다. 서울에도 소공동과 성수동 인근에 호텔부지를 확보해 착수시기를 고르고 있다.

이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다각화를 보면 이 회장의 ‘세발자전거 경영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안전한 수익처를 여전히 찾고 있다.

이 회장은 해외진출도 적극적이다. 특히 동남아 주택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2년 "현재 동남아 도시인구가 전체인구의 30%에 불과하지만 20~30년 뒤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동남아 주택시장의 성장을 예견했다.


부영그룹은 동남아 해외투자법인에 3393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아직은 손실만 보고 있다. 부영비나(베트남)와 부영라오(라오스), 부영크메르(캄보디아) 등 계열사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아직 임대주택사업에 버금가는 세발자전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는 “부영그룹은 현금 보유가 많기 때문에 저렴하게 토지를 사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주택 재벌' 이중근, 차기사업이 없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왼쪽)이 2010년 부아손 부파반(가운데) 라오스 총리, 이건태 주 라오스한국대사 등과 300번째 라오스 초등학교 준공·기증식을 개최했다. <뉴시스>

◆ 이중근이 일군 임대주택사업의 신화


이 회장은 1941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건국대에 진학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중도에 포기했다.

이 회장은 1972년 우진건설을 세웠다. 우진건설은 중동건설 특수가 한창이던 1977년에 중동에 진출했다. 한국도시개발, 삼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 순탄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부도를 맞았다. 중동건설 붐이 빠르게 식었고 국내 건설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 부도의 경험이 이 회장으로 하여금 ‘세발자전거 경영론’을 품게 했다.

이 회장은 좌절하지 않고 1983년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당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성황을 이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이 회장은 1985년 주택 740세대를 건축한 뒤 전부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도전을 했다.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사업은 건축비가 저렴했고 정부 재정지원까지 이뤄져 소자본으로도 경영이 가능했다. 이 도전에서 이 회장은 성공했다. 이때부터 이 회장은 임대주택사업이라는 ‘블루오션’을 장악했다.

임대주택사업은 당장 수익을 올릴 수는 없지만 5~10년 등 의무 기간이 지난 후 분양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부영그룹 매출 규모를 보면 2004년까지 매출 규모가 3천억 원 수준에 그쳤으나 분양전환 물량이 증가하면서 2006년 이후 계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부영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5년연속 민간주택 건설실적 1위’를 기록했다. 그뒤에도 임대주택시장의 80~90%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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