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올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대면채널을 강화해 자산관리부문에 힘을 싣는다.
특히 빅테크의 금융업 진격에 맞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인데 주요 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SC증권과 연계해 연내 복합점포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의 상품을 일괄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사업모델"이라며 "올해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올해도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기업들이 금융시장 진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기존 금융권이 보유한 강점인 대면채널을 강화해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관리부문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위탁받아 유가증권 등을 운영해 현금으로 수익을 배당해주는 사업으로 투자규모가 커 전문가 상담 등을 기반으로한 대면채널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
박 행장은 취임 이후 핵심 영업점만 유지하며 자산관리부문에 집중하는 영업전략을 펼쳐왔는데 이번 복합점포 개설을 통해 대면채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복합점포는 기존 금융회사의 점포에 다른 금융업권이 소규모 영업소나 부스 형태로 들어와 운영하는 점포다. 소매금융 고객 기반이 거의 없는 SC증권이 SC제일은행 지점에 들어와 은행의 고객층을 활용해 자산관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박 행장은 SC제일은행 실적 개선을 위해서도 자산관리부문에 공을 들여야 한다.
앞서 박 행장은 재무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재연임됐지만 2020년 3분기 실적이 급감하며 실적 개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SC제일은행은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순이익 1829억 원을 내 2019년 같은 기간(2545억 원)보다 28.1% 감소했다.
특히 이자수익은 감소하고 있지만 수수료수익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자산관리부문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SC제일은행은 자산관리부분에서 얻는 수수료를 주요 수수료수익원으로 두고 있다.
SC제일은행 2020년 3분기 누적 이자수익으로 1조972억 원을 거둬 2019년 같은 기간(1조2235억 원)보다 10.6% 감소했다. 반면 수수료수익은 2019년 3분기 누적 1725억 원에서 2020년 3분기 누적 1946억 원으로 11.3% 증가했다.
다만 복합점포로 빅테크기업들과 차별성을 확보할 순 있지만 기존 은행권에서는 이미 복합점포를 급속히 늘리고 있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국내 주요은행 복합점포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82곳, 신한은행 60곳, 하나은행 42곳, 기업은행 18곳, 농협은행 12곳, 우리은행 2곳 등이다. SC제일은행이 복합점포 개설에서 후발주자인 셈이다.
SC제일은행은 모기업인 SC그룹과 연계해 경쟁 은행과 차별화된 자산관리 전략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C그룹은 펀드 등 자산관리상품을 선정할 때 3P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3P는 사람(people), 과정(process), 상품(product)으로 기본적으로 살펴보는 상품뿐 아니라 과정과 사람을 모두 따져본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SC제일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을 자체 심사 과정에서 모두 걸러내 사모펀드 환매중단에서도 무풍지대로 남았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복합점포에서도 판매하는 자산관리상품에도 모기업인 SC그룹이 글로벌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용하고 매우 높은 수준의 상품위험 관리시스템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2015년 SC제일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으로 선임된 뒤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2020년 9월 재연임이 결정됐고 이날부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