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창 대림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부터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림건설은 합병 첫 해인 올해 대형건설사와 맞먹는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를 확보해 주택사업 실적기반을 확실히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 사장은 합병 당시 내걸었던 디벨로퍼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대림건설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림건설이 올해 연말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더해 1조2천억 원가량의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성과를 거두며 도시정비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림건설은 29일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첫 수주를 따내며 올해 도시정비사업을 마무리했다.
대림건설은 1238억 원 규모의 청주 남주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충북 청주 상당구 43-2번지 일대를 지하 5층~지상 37층 아파트 482세대와 오피스텔 68실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대림건설은 남주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포함해 올해 1조1984억 원의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를 올렸다.
합병 첫 해부터 도시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택사업 성장의 토대를 확실히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대림건설은 7월1일 삼호가 고려개발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출범했다. 삼호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조 사장이 대림건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 밖의 건설사 가운데 도시정비사업 1조 원 이상의 신규수주 실적을 낸 건설사는 대림건설(17위)과 중흥토건(15위)뿐이다.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대형건설사 대림산업(1조3958억 원), 현대엔지니어링(1조4207억 원)의 실적과 견줄만한 좋은 성과다.
대림건설은 모회사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주택사업 경쟁력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사업의 실적기반 마련은 부지 매입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로 전환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조 사장은 7월 대림건설 출범 당시 "현재 건설시장은 양극화가 심화해 근원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사업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며 개발사업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조 사장은 먼저 물류센터와 토목부문에서 개발사업의 시동을 걸고 있다.
대림건설은 2일 인천시 서구 원창동 복합물류센터 공사를 페블스톤엠디피에프브이로부터 수주하며 함께 지분투자도 진행해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토목부문에서는 출범과 동시에 토목사업본부에 인프라사업개발팀을 신설해 민간투자사업 방식의 개발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사회간접자본(SOC)을 직접 건설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유권을 넘긴 뒤 운영 또는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형태를 말한다.
조 사장이 디벨로퍼로 전환을 내세운 만큼 경영의 온전한 첫 한 해를 맞는 내년부터는 개발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건설은 여전히 도급방식의 주택공사가 포함된 건축공사 비중이 높다. 대림건설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건축공사 매출비중이 83.2%에 이른다.
조 사장은 대림건설 출범 당시 2025년까지 시공능력평가 10위 진입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는데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한 주택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남주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서 보여주듯 대림산업과 사업 이원화 전략에 따라 서울 핵심 도시정비사업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계가 있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수도권 중심의 대형사업장 수주를 노리는 반면 대림건설은 지방 광역시 위주의 중소형 사업장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시공능력평가 10위 진입을 위해서는 디벨로퍼로 전환이 절실한 셈이다.
대림건설 모회사 대림산업 관계자는 "내년부터 출범할 DL그룹은 그룹 전반에 걸쳐 디벨로퍼로 나아갈 것"이라며 "대림건설도 마찬가지로 주택, 토목부문의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대림그룹은 2021년 1월1일 지주사체제인 DL그룹으로 출범하고 대림산업은 지주회사 DL과 건설회사 DL이앤씨로 인적분할한다.
대림건설은 개별 상장사로서 이후 주주총회를 거쳐 'DL'을 활용해 별도로 회사이름을 변경한다. 'DL건설'로 바꾸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