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시장조성자제도와 관련해 불법공매도 감시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불법공매도 의혹이 일부 사실로 나타나면서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거래소는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2일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병두 이사장이 거래소의 감시활동을 강화해 불법공매도 등 불법‧불공정거래 근절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불법공매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공매도를 향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진 만큼 공매도와 관련한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금융사들의 무차입 공매도 등 위반사례가 적발됐는데 시장조성자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한국거래소인 만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손 이사장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와 계약한 증권사 등 금융사가 유동성이 적은 종목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적정호가를 시장에 상시적으로 내놔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장조성자는 공매도 금지기간에도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의도적 무차입 공매도가 아닌 기술적 실수나 착오 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나타난 만큼 공매도를 향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손 이사장이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에도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강조했던 만큼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거래소의 감시 기능 강화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는 10월 시장조성자에 해당하는 금융사를 두고 최근 3년 6개월 동안의 공매도 거래현황을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전수조사 결과 무차입 공매도와 업틱룰(직전 체결가보다 낮은 공매도 호가 제시 금지) 위반사례를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반기마다 실시하던 불법공매도 관련 점검을 매달 시행하기로 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기간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점도 손 이사장이 공매도와 관련한 거래소의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만큼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진 데 따라 3월15일부터 6개월 동안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했고 9월 금지기간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덕분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적극 참여해 증시 호황의 동력을 제공했다는 말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이나 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증시를 주도하는 ‘큰손’으로 떠오르며 주가 회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는 코스피 3000시대, 코스닥 1000시대가 올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상승세를 생각하면 공매도 금지가 계속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다만 과도한 주가 상승과 외국인투자자 이탈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손 이사장이 공매도가 재개된 뒤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되갚는 투자방식이다.
현행법상 실물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실물이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손 이사장은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시장감시 활동을 강화해 어떠한 형태의 불공정거래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효율적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