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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은 잡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22 19: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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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은 잡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 팀 쿡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났을 때 “잡스 없는 애플은 평범한 회사일 뿐”이라는 말이 나왔다. 팀 쿡은 그렇게 출발했다.

그리고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팀 쿡은 여전히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팀 쿡은 차근차근 ‘잡스의 애플’에서 벗어나 ‘팀 쿡의 애플’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애플을 물려받은 팀 쿡은 착실하게 애플을 경영했다. 애플의 주가는 팀 쿡이 CEO가 된 뒤 56%나 상승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576억 달러의 사상최대 매출을 거뒀다. 잡스시대의 성장세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혁신’은 더 이상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팀 쿡은 잡스 때와 다른 환경에 직면해 있다. 아이폰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에게 시장점유율을 계속 뺏기고 있다. 스마트폰시장 자체가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아이패드 매출도 지난 네 분기 중 세 분기 동안 감소했다.

팀 쿡은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벗어나 TV,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잡스가 생전에 부정적으로 봤던 일들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잡스라면 진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과 ”애플도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옹호가 교차한다.

◆ 팀 쿡의 대형 인수합병 승부수

애플은 비츠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수는 잡스와 팀 쿡을 가르는 가장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인수를 두고 “팀 쿡이 드디어 자신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존 애플에서 벗어나 브랜드 파워를 지닌 기업들을 인수하는 새로운 인수방식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비츠일렉트로닉스는 값비싼 프리미엄 헤드폰을 생산하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비츠일렉트로닉스의 인수가격은 32억 달러로 애플이 시도했던 인수 가운데 가장 비싸다.


애플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스트리밍은 음원을 다운로드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서비스로 최근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일부에서 이번 인수합병으로 애플이 휴대전화용 헤드셋을 제작해 삼성전자와 한판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잡스는 생전에 인수합병에 소극적이었다.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비교적 적은 금액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인수했다. 잡스에게 인수합병은 시장점유율이나 회사의 외형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재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인수는 완전히 다르다. 비싼 가격과 높은 인지도가 그렇다. 시장의 반응도 다양하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이 애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츠 공동창립자인 음악업계 베테랑 지미 아이오빈과 힙합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 닥터 드레는 알려지지 않은 기술자가 아니라 유명인들이고 비츠는 충성도가 높은 두터운 팬들을 보유한 브랜드”라며 “지금까지 애플이 보유한 브랜드는 애플 하나뿐이었다”고 말했다. 외부기업의 유명세에 의존하려는 애플의 인수정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품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츠의 헤드폰이 기술적으로 최상급이 아니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작은 규모이기 때문이다.


팀 쿡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언제나 우리의 목표는 최초가 아니라 최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비츠 인수는 잡스와 팀 쿡이 한 목소리를 냈던 ‘최고제품’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벤처캐피털 투자가인 옴 말릭은 트위터에서 "비츠 인수는 애플의 아이디어가 이제 거의 고갈됐으며 스트리밍 서비스기업인 스포티파이에 대항할 전략을 짜지 못했다는 징조"라고 지적했다.


  팀 쿡은 잡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 팀 쿡이 지난해 10월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패드 에어'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TV에서 자동차까지 사업다각화

팀 쿡은 지난 3월 애플 주주총회에서 잡스를 비롯한 애플 임원들이 농담삼아 애플TV를 ‘취미’라고 불러온 점을 언급하며 운을 뗐다. 그는 “그 취미가 작년에 매출 10억 달러를 넘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취미라고 부르기가 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애플은 2007년 맥 운영체제 기반의 1세대 애플TV를 선보인데 이어 2012년 3세대 애플TV까지 선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애플TV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다. 다른 제품에 비해 매출 비중이 낮았고 애플 입장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쿡은 직접 TV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면서 상황이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시장경쟁력을 갖춘 애플TV가 선보여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 애플이 음성인식기능과 게임 등의 기능이 추가된 4세대 애플TV를 곧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서만 매일 80만 개의 TV 프로그램과 35만 개의 영화를 팔았다”며 “팀 쿡의 발언은 TV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웨어러블기기 시장에도 진출한다. 팀 쿡은 지난 2월 “새로 나올 제품은 정말 최고라고 느끼고 있다”며 “출시할 시기도 거의 다가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애플이 ‘아이워치’라는 이름의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애플은 후발주자다. 삼성은 이미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75%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심박수 측정 등 건강관리 기능을 실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분야에서는 애플이 삼성의 카피캣’이라는 조롱도 받게 됐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을 향해 ‘애플의 카피캣’이라며 공격해왔다.


그런데도 애플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이 향후 웨어러블기기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회사별 웨어러블기기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애플 45%, 삼성 42%, 구글 35% 순으로 나타났다.

IDC는 “아직 뚜렷한 제품이 없는 애플에 대한 이러한 기대감은 애플이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지속적 경쟁력을 보여 왔기 때문”이라며 “애플이 웨어러블시장에서도 자사만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자동차시장에도 이미 진출했다. 지난 3월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전용 애플운영체제 ‘카플레이(Carplay)’를 공개했다. 이 분야에서 상용화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출시한 것은 애플이 처음이다.


운전자들은 카플레이를 통해 애플지도를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고 자동차에서 아이폰에 저장된 영화를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카플레이는 현대차, 벤츠를 비롯해 6개 자동차회사의 신차에 우선탑재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을 시작으로 IT 업체들이 자동차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며 “자동차분야는 IT소프트웨어 업체에게 새로운 시험장이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연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8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돼 확실한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스마트폰으로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완전히 바꾼 애플이 이번에 운전하는 방법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팀 쿡은 잡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 팀 쿡이 지난해 6월 열린 애플세계개발자회의에 참석해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 팀 쿡의 애플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팀 쿡은 CEO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혁신이 사라졌다”는 공격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의 모든 행보에 대해 “잡스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특히 잡스는 생전 사업다각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적이 있다. 잡스는 1980년 “많은 기업은 일단 성공하면 사업다각화를 꾀하기 시작해서 회사의 초점이 흐려지고 혼을 잃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각 분기별 결산을 흑자로 만들기 위해 기업을 매수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등 설립 당시의 이념과 점점 멀어지고 본질을 잃어간다”며 “회사가 거대해지면 직원들은 물론이고 경영자마저 자신의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제품을 발매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잡스의 시기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는 우호적 시각도 존재한다. 애플의 다각화 행보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많다.


지난해 CNN머니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애널리스트 안단 아마드는 애플의 팀 쿡 CEO와 아서 레빈슨 회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애플이 스마트폰 같은 기기로만 버티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다른 산업으로 관심을 돌릴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잡스는 2011년 사망하기 전 팀 쿡에게 “잡스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말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고 조언했다.


팀 쿡은 점차 잡스의 조언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 늘 따라다녔던 ‘잡스의 2인자’,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말에서 벗어나 ‘팀 쿡의 애플’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팀 쿡은 지난 2월 “애플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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