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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이후 삼성 지배구조 시나리오 백화제방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22 19: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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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이후 삼성 지배구조 시나리오 백화제방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1월 2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뉴시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백화제방’식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그만큼 삼성의 지배구조는 뜨거운 이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문제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더라도 경영일선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내용은 조금씩 따르지만 기본전제는 동일하다. 하나는 삼성가 3세들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승계하더라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 몫을 챙겨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차후에 있을지 모르는 그룹 분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고민은 현저하게 낮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3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만 0.57%에 불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3세는 아무도 없다. 이 회장 지분을 물려받는다고 해도 상속증여세가 고민이다. 현물로 납부하면 보유지분이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이 두 가지 전제를 놓고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회장 입원 후 연일 삼성그룹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지분 승계 및 정리에 필요한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이슈 등 개편 시나리오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삼성그룹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은 갈수록 깊을 수밖에 없다.


◆ 시나리오1. 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전환


가장 먼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 최대주주이면서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 합계가 총자산의 절반 이상이면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로 간주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에버랜드의 총자산은 8조3337억 원 가량이고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4%의 가격은 22일 종가 기준으로 4조42억 원이다. 아직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거의 근소한 차이다. 삼성생명 주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곧 절반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20.76%를 가진 이 회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넘기게 되면 지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이를 넘겨받으려면 2조 원이 넘는 상속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현금과 현물을 함께 납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경우 2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거라는 게 증권가 예상이다.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두고 삼성 계열사들을 지배한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이 부회장은 적은 지분만으로도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25.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를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따라 금융지주사는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지난달 4일 제출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삼성생명이 보유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로 제한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팔아야 한다. 결국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더 약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16조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도 없다. 당장 7조 원이 넘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받기도 벅찬 상황이다. 차라리 올해 안에 상장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SDS 지분 11.25%를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현물납부 없이 넘겨받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지 않는다.


지주사 전환에 드는 비용도 걸림돌이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각 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는 50% 이상 취득해야 한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최소 10% 더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이후 삼성 지배구조 시나리오 백화제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시나리오2. 삼성전자홀딩스와 에버랜드 결합 + 삼성물산홀딩스 체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고 가칭 ‘삼성전자홀딩스’를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주사를 설립하는 까닭은 첫 번째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주력 계열사에 대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 회장 일가가 추가적 지분매입 등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삼성그룹을 지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삼성전자를 지주사인 삼성전자홀딩스와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사업회사’로 나눈다. 이후 이건희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삼성전자사업회사 지분을 삼성전자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인다.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카드 지분 전량(37.5%, 약 1조7천억 원)을 삼성생명에 매각하는 대신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생명홀딩스 지분을 매입한다. 이를 통해 자사주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그 다음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전자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대가로 신주를 받아 지분율을 높인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출자 관계에 묶이게 되는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매각해 이를 해소한다. 삼성에버랜드가 매각에 참여할 경우 삼성전자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 합병을 통해 하나의 지주사를 만들고 그 아래에 삼성전자사업회사를 비롯한 비금융회사와 중간금융지주회사인 삼성생명이 들어가게 된다.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역시 삼성전자와 동일하다.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물산홀딩스와 삼성물산사업회사로 나누고 계열사가 삼성물산사업회사의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분율을 높이는 식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완료되면 이건희 회장 등 특수 관계인들이 약 25%의 지분으로 삼성전자홀딩스와 에버랜드의 통합 지주사를 지배하게 된다. 삼성물산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약 22%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주가 변화가 없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므로 실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게 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금이 더 늘어날 거란 얘기다.


삼성생명을 둘러싼 금산분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보유하고 있느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 계열사 간 추가적인 지분 맞교환이나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매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시나리오3.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지주회사 설립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력이 가장 강한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에 두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각각 인적분할해 세 개의 지주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도 나온다. 오너 일가가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고 향후 3세간 지분 정리를 위해서도 하나의 지주사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먼저 삼성전자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해소한다. 삼성물산도 삼성생명으로부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물산-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끊을 수 있다. 이후 삼성생명이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 등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면 대부분의 순환출자가 해소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각각 IT부문과 금융부문, 기타부문의 핵심 계열사가 되기 위한 지분 정리도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에 처분하는 등의 작업이 예상된다.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뉘어 이를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것은 두 번째 시나리오와 거의 동일하다. 지주사 아래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로 들어가는 것도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삼성에버랜드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세 개의 지주사가 합병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인적분할된 자회사 지분율을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현재 겨우 5.77%의 자사주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경우 15% 정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11.11%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에버랜드는 이보다 높은 15.23%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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