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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 설계기술직 직제개편,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전작업인가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12-14 14: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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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의 직급체계가 같은 등급제로 개편된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기술직군의 통합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설계기술직 직제개편,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전작업인가
▲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4일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3개 조선 자회사가 2021년부터 3개 자회사의 기존 사무기술직군에서 설계기술직을 분리해 별도의 직제를 세운다.

이와 함께 설계기술직군의 6등급제 직급체제도 3등급제로 바꾼다. 5급사원과 4급사원을 묶어 엔지니어로, 대리를 선임엔지니어로, 과장 차장 부장을 묶어 책임엔지니어로 간소화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런 직급체제를 설계기술직군뿐 아니라 생산관리와 경영지원 등 다른 직군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조선해양의 연구개발직은 이미 설계기술직과 같은 직급체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의 이런 직제개편을 놓고 대우조선해양의 직제개편과 맞물린 조치가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두 조선사의 기술직군 직급체제가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9일 사무기술직의 직급체제를 기존 6등급제에서 3등급제로 축소 개편했다. 4을사원과 4갑사원을 묶어 사원으로, 대리를 선임으로, 과장 차장 부장을 책임으로 각각 통합하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맺으며 인수 뒤에도 대우조선해양을 독립경영체제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거느린 조선사가 3개에서 4개로 늘어날 뿐이라는 얘기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도 “성과 중심의 보상체제를 만들기 위한 직급 간소화의 일환이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아직 인수한 것도 아닌 만큼 사전에 상의된 직제개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연구개발은 한국조선해양이 맡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 아래에 놓이게 되면 연구개발분야에서는 별도의 통합작업이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연구개발조직의 통합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직제개편을 실시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선박 기술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이 탐낼 만 하다고 여겨지는 기술이 여럿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화물창기술인 ‘솔리더스(Solidus)’가 대표적이다.

LNG운반선의 화물창은 프랑스 엔지니어링회사 가즈트랑스포르 에 테끄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GTT)가 독점하고 있다. 한국 조선3사는 GTT의 독점시장을 뚫기 위해 자체 화물창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도 LNG화물창기술 하이멕스(HiMEX)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솔리더스는 운송 효율지표인 LNG 기화율이 0.049%로 3사 화물창 기술 가운데 가장 뛰어나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GTT 마크 시리즈의 0.07%보다도 좋다.

이 밖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쇄빙LNG운반선 건조기술도 경쟁력이 있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러시아에서 발주한 쇄빙LNG운반선 15척을 싹쓸이 수주했는데 이 선박들에 쇄빙선의 쇄빙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아크7급(Arc7,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사양) 쇄빙 사양을 LNG운반선에 적용했다.

현재까지 아크7급 쇄빙 사양을 쇄빙전용선이 아닌 상선에 적용해 건조한 조선사는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다.

러시아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LNG를 운송하는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쇄빙LNG운반선 건조기술은 가치가 높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글로벌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심사가 지연되고는 있지만 흐름 자체는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지난 6월 중간 심사보고서를 통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해소됐으나 LNG운반선 등 가스선의 경쟁제한 우려가 남아있다고 한국조선해양에 통보했다.

LNG운반선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고 합산 점유율이 2019년 말 기준 56%에 이른다. 그러나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한국조선해양 혼자서 올해 들어 발주된 37척 가운데 68%에 해당하는 25척을 수주했다.

독점력이 LNG운반선보다 더 강력한 선박의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받아들여진 만큼 LNG운반선의 독점 우려도 곧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가 나오면 남아있는 한국, 중국, 일본 경쟁당국도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경쟁당국은 이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조건없이 승인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각 나라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성실하게 제출하며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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