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KDB산업은행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과 재편 과정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는 KDB산업은행 자회사인데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잇달아 뛰어들었고 앞으로도 자산인수에 적극적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DB인베스트먼트가 사모펀드 케이스톤투자파트너스와 구성한 컨소시엄은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부산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 한진중공업이 조선업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조선업 유지에 따른 영업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KDB인베스트먼트 뿐이라는 시선이 많다.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은 3분기까지 영업손실 219억 원을 냈다. 2012년 이후 8년째 계속된 영업손실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KDB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14일 한진중공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한다. 매각대상은 한진중공업 지분 83.45%다.
이 대표가 한진중공업 인수까지 성공하면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조정에서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된다.
KDB산업은행이 올해 추진한 대형 인수합병으로는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한진중공업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2곳에서 이 대표가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재무적 지원을 제안하며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10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출범한 지난해 4월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존재감이 없다는 시선도 나왔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출범과 함께 1호 자산으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을 넘겨 받았지만 이후 1년 넘게 추가 자산인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달라진 움직임을 살펴봤을 때 내년부터는 이 대표가 더욱 적극적으로 자산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우건설,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건설부문 매출 비중이 높아 사실상 건설사로 구분되는 한진중공업 인수에도 발을 들여 건설업에만 투자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의도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건설업에 투자 포트폴리오가 몰리게 된 것은 건설업이 최근 구조조정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며 “개별회사 단위로 회사를 분석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만큼 투자 분야는 다양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더욱 다양한 자산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 대표도 장점으로 꼽히는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에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을 직접 지휘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KDB산업은행의 오랜 난제로 여겨졌는데 이 대표는 타이어업계 관련 경험이 없었음에도 1년여 동안 사업 구조를 파악해 매각을 성사시켰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 여러 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KDB인베스트먼트 초대 대표에 이 대표를 낙점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KDB산업은행에 들어갔다. 이후 투자금융실, 국제금융실, 기업금융실, 기획관리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스(PF), 국제금융, 기획, 홍보 등 여러 업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금융 전문가로 추진력과 전문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