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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리스크에도 삼성 주가는 왜 오를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21 18: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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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리스크에도 삼성 주가는 왜 오를까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열흘 동안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무려 25조 원 가량 늘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오너의 영향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잡스의 건강 이상설이 터진 2008년 7월 애플 주가는 한 때 12%나 급락했다. 2011년 8월 잡스가 건강악화로 CEO에서 물러난 직후에도 주가는 5%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삼성은 애플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이건희 리스크’는 없어졌다고 해석한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은 오너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많은 전문가들이 각 부문을 담당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라고 보도했다. 채턴 샤르마 통신담당 독립 애널리스트는 “이 회장이 삼성이란 제국을 건설했지만 잡스처럼 기업과 동일시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 리스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회장이 2008년 1월과 2009년 3월 건강 문제로 입원했을 때도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주가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시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뒤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반응했다. 무엇이 투자자들의 이런 반응을 이끌어낸 것일까?


◆ 이건희 입원 뒤 오히려 주가는 계속 상승


삼성그룹 17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9일 이후 25조 원 가까이 늘었다. 9일 종가 기준 308조4167억 원이던 시가총액은 20일 333조3940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계열사들의 주가는 평균 8.88% 올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9조9191억 원 늘어났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각각 2조4천억 원과 8013억 원 증가했다. 3개 계열사의 증가액만 23조 원이 넘는다.


주가 상승에 따라 이 회장의 지분가치도 늘었다. 이 회장이 3.38%를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7조2339억 원으로 5783억 원이나 증가했다. 삼성생명(20.76%) 지분가치는 4982억 원 오른 4조4010억 원에 이른다. 삼성물산(1.41%) 지분가치도 106억 원 늘어나 1573억 원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리움 관장의 지분가치도 불어났다. 두 사람 모두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0.57%와 0.74%씩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975억 원 늘었고 홍 관장의 지분가치도 1256억 원 증가했다. 9일 이후 늘어난 이 회장 일가의 지분가치는 1조3천억 원 이상이다.


◆ 지배력 강화 위해 자사주 매입할 것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계열사들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재용 체제로 전환될 경우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들이 지분매입에 나설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 승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준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려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이 회장 일가의 삼성 계열사 지분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곧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뒤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지분 매입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열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지주회사가 출범할 경우를 대비해 핵심 계열사 주식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 부회장이 적은 지분만으로 삼성그룹이란 거대 제국을 지배하려면 지분 승계 이외의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점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 지분 만을 보유한 채 삼성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건희 리스크에도 삼성 주가는 왜 오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라는 리포트에서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배구조를 끌고 가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3세 경영체제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낮은 주력회사 지분율과 3세간 지분 정리, 중간금융지주제 허용 등을 고려하면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7.21%와 1.26%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18조1천억 원에 달하는 액수다. 만약 금산분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를 매각해야 한다.


박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18조 원이 넘는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 뿐”이라며 “삼성전자가 자사주 형식으로 이를 매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주력회사인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삼성물산 등을 각각 인적 분할해 세 개의 지주사를 설립한 후 이를 합병해 하나의 지주사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이 회장 일가의 삼성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4.69%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 회장만 1.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고 박 연구원은 본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행위요건 충족을 위해 상장사의 경우 2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SDI로부터 자사주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각각 23.64%와 17.95%의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다.


◆ 낮은 배당 이제 사라지나


삼성이 앞으로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삼성은 그동안 상당히 보수적인 배당성향을 보여왔다. 그룹 간판인 삼성전자는 현재 약 62조 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배당에 인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10%만을 배당금으로 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올해 배당수익률을 1%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애플의 배당수익률은 2.3%이고 소니도 주가의 1.5%를 배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의 배당성향이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일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배당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이재용체제로 전환 이후 주가를 올리기 위해 배당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현금배당 강화로 주가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5 출시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애플의 새 아이폰이 출시되면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올해부터 주주에게 환원하는 이익 규모를 높이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삼성의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당이 강화되면 삼성전자 주가는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는 만큼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170만 원 정도 갈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외국인들은 200만 원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140만원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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