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노사가 무기계약직 GA매니저의 위촉직 전환 또는 직무전환을 놓고 의견 조율을 위해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노조의 불신과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삼성화재가 의견 수렴이라는 명목으로 공청회를 열어 명분을 강화한 뒤 직원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GA매니저의 위촉직 전환 또는 직무전환을 강요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이후 합법적 파업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노조가 파업을 벌이게 되면 창립 이후 68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그룹이 그동안 무노조경영을 이어온 만큼 삼성 금융계열사 가운데에서도 첫 파업이 된다.
삼성화재 노조는 올해 2월 한국노동조합연맹 산하 조직으로 설립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경영 포기를 선언한 뒤 단체협상 체결,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과 오상훈 노조위원장의 단독면담 진행 등 노사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노조 측에서 연장근로·휴일근로수당의 등 일부 통상임금의 미지급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적법하게 선출되지 않았다며 이들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내는 등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제판분리’ 이슈가 불거진 보험업계에서 삼성화재 노조의 파업 여부에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제판분리는 전속설계사를 떼어내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GA매니저 위촉직 전환 또는 직무전환은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보험사의 몸집 줄이기라는 측면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한화생명은 영업조직을 분리해 별도의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생명 노조는 이에 반발해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하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하며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사업장을 기준으로 설립한 기업별 노조라면 소속이 법인보험대리점으로 변경되면 조합원 자격이 없지만 산별노조라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삼성화재는 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의 설계지원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직원을 대상으로 퇴사 뒤 위촉직 보험설계사로 재계약해 같은 업무를 이어가거나 자동차보험 스마트서비스, GA총무, 일반보험 업무지원, 일반보험 설계지원(방카슈랑스), 일반보험 심사, 자동차보험 설계지원 업무 등으로 직무를 전환해 무기계약직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A매니저는 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의 가입설계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해고 뒤 위촉직 전환·강제 직무전환 중단 △위촉직·직무전환 신청서 폐기 △임금제도 개선 및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화재 GA매니저는 고용안정과 복리후생 등이 보장되는데 위촉직 설계사로 전환하면 퇴직금 등 급여가 줄어들고 고용불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위촉직은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삼성화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급이 없게 되거나 언제든지 해촉할 수 있다고 노조는 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GA매니저분의 위촉직 전환과 직무전환은 업무 효율화와 직무형평성 조절을 위한 조정일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적법한 절차 및 자율적 의사에 따라 본인의 직무를 선택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으며 직군 전환에 따라 기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