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애플의 아이폰7에 탑재될 모바일프로세서(AP)의 위탁생산을 맡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메모리반도체 업황도 악화되고 있어 김 사장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AP에 탑재되는 자체 통신칩과 GPU 개발로 AP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이미지센서와 바이오센서, 자동차용 반도체 등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TSMC, 애플 A10 전량 생산 가능성
전자전문매체 BGR이 11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기 AP를 위탁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새로운 근거가 나왔다”며 “대만의 TSMC가 이를 전량 생산해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
|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애플은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7에 성능을 크게 높인 자체개발 AP 신제품인 ‘A10’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TSMC는 아이폰6S에 탑재된 A9의 물량을 나눠 생산해 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AP가 TSMC의 제품보다 성능이 낮다는 ‘칩게이트’ 논란이 발생하면서 삼성전자의 위탁생산 비중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BGR은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TSMC의 새 반도체 공정기술인 InFO(통합 팬아웃) 기술이 삼성전자의 집적회로(IC) 방식보다 장점을 지녀 애플의 A10의 위탁생산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통합 팬아웃 기술은 전자기판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칩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반도체의 부피를 줄이며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BGR은 “삼성전자는 전자기판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애플의 A10을 아예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은 통합 팬아웃 공정기술 개발에 뒤늦게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시스템반도체 다변화 주력
삼성전자가 애플의 AP인 A10의 위탁생산을 잃을 경우 반도체사업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매출에서 위탁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고성능 AP ‘스냅드래곤820’의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애플의 AP의 위탁생산을 잃을 경우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세계시장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기남 사장은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제품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AP에 탑재되는 그래픽 연산칩인 GPU를 자체설계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
|
▲ 삼성전자 프리미엄 AP 신제품 '엑시노스8890'. |
전자전문매체 GSM아레나는 “삼성전자는 이르면 2017년부터 자체개발한 GPU를 탑재해 그래픽성능과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갤럭시S8 또는 갤럭시S9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AP를 개발하는 업체가 GPU를 자체설계해 AP에 탑재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이를 완벽히 최적화해 성능 효율과 전력소모도 개선할 수 있다.
애플도 아이폰에 탑재되는 자체 AP에 GPU와 통신모듈 등을 자체설계해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LTE통신모듈을 통합해 내놓은 첫 AP ‘엑시노스8890’을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S7에 최초로 탑재하면서 외부 판매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미지센서와 바이오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제품의 다양화에 주력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완전히 수직구조화하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전장부품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따라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업체로 한쪽의 시장상황 악화에도 만회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며 “향후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