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정부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심사기준을 깐깐하게 적용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심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이 부분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합병하는 2개 회사의 세계 매출의 합계가 59억 유로(약 7조8062억 원)를 초과하거나 두 회사의 유럽연합 내 매출이 각각 2억5천만 유로(약 3307억 원)를 넘기면 합병심사 대상으로 본다.
유럽연합은 이미 2차례 항공사 사이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적이 있다.
유럽연합은 2011년 그리스 1위, 2위 항공사인 ‘올림픽항공’과 ‘에게안항공’ 사이의 인수합병을 반대했다. 두 항공사의 그리스 국내선 시장 점유율이 97%에 이르면서 독과점에 따른 시장경쟁 제한과 소비자 이익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럽연합은 같은 이유로 2007년에는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겪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앞선 유럽항공사들의 사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3분기 별도기준 자본총계가 4739억 원으로 자본금 1조1161억 원을 밑돌아 자본잠식률 57.5%를 보이고 있다.
연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넘게 50% 이상을 유지하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된다.
여기에 대한항공에 인수되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자로부터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조건이 붙은 채무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이런 위기상황을 내세워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과 협력도 중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유럽은 전통적으로 기업결합심사에서 까다로운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자리 문제도 걸려있고 국가 상호 협력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정부와 유관기관과 최대한 협력해 외교적 측면에서도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