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해외사업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글로벌부서 인력을 확충하는 등 기업은행의 해외진출 확대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기업은행이 당분간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극복하고 성장세를 되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해 해외수익 비중을 늘리는 목표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 행장은 최근 해외법인과 지점, 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정기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여러 지역에 걸친 기업은행 해외사업을 포괄적으로 살피고 실무진과 사업현안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열리는 해외점포 회의를 윤 행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것"이라며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은행이 코로나19 사태 등 영향으로 수익원 다각화가 절실해진 상황을 고려할 때 윤 행장이 해외사업 전략을 놓고 근본적 변화를 고심하고 있을 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행장이 올해 초 취임할 때부터 기업은행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목표로 앞세우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느라 한동안 신경을 쏟기 어려웠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2월 취임식에서 "기업은행을 일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최근에는 전국 영업점장 회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중장기 과제로 설정해 발표했다.
내년 초 입사하는 기업은행 신입행원 공개채용에서 처음으로 글로벌분야 채용전형이 신설된 점도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된 부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금융지원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해외사업 확대 등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해외사업 특성상 막대한 자금투자가 필요한데 기업은행이 금융지원을 위한 재원 확보에 다급했다는 점도 윤 행장이 해외사업에 신경을 쏟기 쉽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업무가 어느 정도 안정화됐고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일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 성장에 다시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기업은행은
김도진 전 행장이 재임할 때 해외부문 수익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국가 확대와 현지 영업망 강화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2곳을 인수하는 공격적 투자도 이뤄졌다.
김 전 행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기업은행 영업망을 확대하는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 전략을 앞세웠다.
윤 행장이 김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 프로젝트를 재개하며 동남아에서 추가 인수합병을 시도하거나 영업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행장은 2017년 취임 뒤 기업은행의 모든 해외점포를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고 실제로 임기 안에 모든 국가 해외점포를 직접 점검하며 해외사업 성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행장이 최근 해외사업 전략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한 것도 코로나19로 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사업에 큰 관심과 육성 의지를 여전히 두고 있다는 점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은 아직 은행 이자이익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와 금리 하락에 직격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올해 3분기까지 기업은행 별도기준 순이익은 97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반면 동남아지역은 대부분 코로나19 사태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고 경제성장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기업은행이 새 성장기회를 찾는 중요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에 이해가 깊고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일한 경험으로 글로벌 감각이 밝다는 점도 기업은행 해외사업 강화전략에 기여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