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10월 중순에 시작된 정기보수를 최근 마무리하고 60% 후반대로 가동하고 있는 울산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률을 높일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SK에너지 인천 콤플렉스는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률을 추가로 내리고 있고 4분기에는 72%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동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가동률도 보수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시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에쓰오일도 전체 가동률을 70%대 초반까지 낮췄고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로 가동률을 떨어뜨리며 최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정유4사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가동률을 90~100%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정유제품 수요 감소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가동률을 70% 안팎까지 낮췄다.
4분기 정제마진은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좋지 않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시작된 뒤 28주 만에 처음 1달러 대에 진입하며 회복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11월 둘째 주(11월8일~14일) 정제마진은 1.3달러로 여전히 1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정유4사들은 현재 수준의 정제마진에서는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가동률을 최대한 낮추며 손실규모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에 국제유가가 반등했지만 원유제품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정제마진은 다시 나빠졌다.
대신증권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긍정적 뉴스에 국제유가는 급등했으나 정제마진은 오히려 하락했다”며 “이는 앞으로 수요 개선을 향한 기대감이 유가에는 선제적으로 반영되는 반면 정제마진은 실제 수요 회복이 나타나야 가격 상승과 함께 개선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에는 45달러 수준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4분기에는 40달러 초반대에서 횡보하고 있어 3분기 때 재고평가이익으로 영업이익에 보탬을 줬던 것도 4분기에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정유4사는 4분기 겨울철 난방 수요에 따른 등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궁여지책일 뿐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등유에 첨가물을 넣어 항공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 항공유 대신 난방유를 팔 수 있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며 “하지만 등유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4사들은 4분기 아람코의 도움도 작게 나마 받을 수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12월 아랍산 경질유(아랍라이트)의 아시아 공시 판매가격(OSP)를 0.1달러 낮춰 정유4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람코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재확산 등으로 아랍산 경질유(아랍라이트)의 아시아 공시 판매가격(OSP)를 배럴당 10월 –0.5달러, 11월 –0.4달러로 책정했다.
아람코가 앞서 3분기 배럴당 7월 0.2달러, 8월 1.2달러, 9월 0.9달러 등 평균 0.7달러에 원유를 판매한 것과 비교해 4분기에는 1.21달러 더 싸게 파는 것이다.
하지만 겨울철 난방 수요의 증가나 아람코 판매가격의 조정 등은 정유4사 실적 개선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유와 차량용 휘발유 및 경유가 정유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항공유와 휘발유 및 경유의 수요 회복이 절실하다. 항공유는 정유사 매출의 10~20%가량을 차지하고 휘발유 및 경유는 3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정유4사의 연말 실적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정유4사는 이미 3분기에 전체 합산으로 영업손실 4조8074억 원을 봤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항공유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정유제품이라 항공유 마진의 개선 없이는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휘발유도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최근 상승세를 보였지만 10월 말부터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봉쇄정책을 시행하면서 주요 국가들의 석유제품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휘발유 크랙(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차이)은 9월 평균 배럴당 4.2달러까지 회복했지만 11월13일 기준 배럴당 1.8달러대로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