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뜻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도 힘들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등 국내경기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 1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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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며 통화정책 방향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1.3% 증가했다. 201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1.7% 증가한 이후 최고치이며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0% 성장률에서 벗어난 것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106) 역시 5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이며 지난해 9월(107)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표상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빼들기는 쉽지 않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불어난 상태라 당장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채권 잔액은 1340조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보다 19조2천억 원(1.5%) 증가한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며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자 상환비용이 증가하면 소비를 줄이게 돼 내수경기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되면 어떤 카드 빼들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지난 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10월 이후 나온 경제지표는 고용시장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 부합한다”며 “노동시장은 더 좋아지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일 열린 강연회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12월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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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한국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양국의 금리격차가 줄어들어 외국인 자본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금리와 신흥국 금리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선진국 통화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5%인 반면 미국 기준금리는 0~0.25%다.
이 때문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천천히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르면 12월부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은 기준금리를 동반인상하지 않을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순원 금통위원은 “금통위가 금리결정을 하는 데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참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국내경제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세가 견고해지지 않는 한 금리인상을 고민할 때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올렸을 때도 한국은행은 오히려 그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은 2005년 10월에야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항상 동조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금리가 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3월 기준금리가 추가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초에 2016년 성장률 재산정작업 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해지면서 기준금리인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