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로 촉발된 정치권의 공방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건설을 보류하고 있는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공사 재개로 옮겨붙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공사 재개를 결정한다면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어긋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부담을 안게 된다.
하지만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월성원전 1호기와 같은 후폭풍과 함께 원전 설비 납품사인 두산중공업에서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12일 한수원 안팎에 따르면 2021년 2월이 되면 한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얻은 신한울원전 3·4호기의 발전사업허가기한이 끝나게 돼 이를 놓고 정 사장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시선이 몰린다.
신한울원전 3·4호기는 한수원이 경북 울진군에서 추진했던 신형 경수로원자력발전소다.
한수원은 탈원전을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2017년 5월 신한울원전 3·4호기 설계업무를 중단했고 같은 해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서 사업이 제외되면서 공사 준비단계에서 현재까지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울원전 3·4호기는 2017년 2월 발전사업허가를 얻었는데 전기사업법에 따라 2021년 2월까지 산업부로부터 그다음 단계인 공사계획 인가 등을 받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취소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금희 의원은 11일 “한수원은 하루빨리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의 필요성을 산업부에 요청하고 산업부는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을 균형 있게 반영해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도 같은 날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갑작스런 공사 중단으로 7천억 원의 국민혈세가 고스란히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정 사장은 임기가 2021년 4월4일까지인데 그 전에는 신한울원전 3·4호기와 관련해 어떻게든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 사장이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공사 재개를 결정한다면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역행하게 된다.
일단 산업부는 기본적으로 한수원이 결정을 내려 요청을 해오면 검토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수원이 4년 안에 정당한 이유 없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면 취소된다”며 “한수원이 정당한 이유를 소명하면 산업부에서 이를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서 신한울원전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의 백지화를 천명했기 때문에 산업부에서 한수원의 공사 재개 신청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정 사장이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공사 취소 결정을 내리면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로 겪은 홍역을 다시 한번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 사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경제성 평가를 조사한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는 데 그쳤지만 감사결과 발표 뒤 국민의힘과 탈원전 반대단체로부터 검찰에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당했다.
게다가 원전 설비를 납품할 예정이던 두산중공업으로부터 5천억 원가량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당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5년 신한울원전 3·4호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납품계약을 맺기 전에 사전작업을 한수원으로부터 승인받아서 설비를 제작하다가 중단해 손해를 봤다.
한수원은 정부 정책의 이행과 원전산업 생태계 유지라는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백지화가 아니라 보류된 상태"라며 "올해 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되면 재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 사장은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류 결정 자체도 굉장히 쉽지 않았다”며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