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최근 미국 농식품기술 스타트업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의 투자 프로젝트에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한 것을 두고 미래 식품유통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농산물의 영양학적 특성과 생산량 등을 관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은 이런 기술을 통해 고단백 대두 등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하고 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식물성 단백질을 향한 사회적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다”며 “단백질과 영양 밀도 분야를 포함해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이 이뤄낸 제품혁신은 식물 기반 대체육이 채택되는 과정을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식물 기반 대체육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체육이란 실제 동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고기의 맛과 식감을 낼 수 있는 식료품을 말한다. 최근 건강에 관한 관심과 더불어 환경, 동물 복지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식물 기반 대체육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시장 규모는 2017년 42억 달러(4조7670억 원)에서 2025년 75억 달러(약 8조511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올해 6월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 ‘엔씽’에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다.
엔씽은 신선 잎채소를 수경재배 방식으로 종전보다 100배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처럼 식품기술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마트의 신선식품사업 강화전략과 궤를 함께 한다.
이마트는 올해 전체 140여 개 이마트 점포 가운데 30% 이상을 그로서리몰 형태로 재단장하는 등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강화한 ‘미래형 매장’으로 대형마트의 새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6월 미래형 점포 이마트 월계점을 방문해 가장 먼저 그로서리 매장을 찾아 “이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있어야 한다”며 “어려울 때 일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신선식품의 경쟁력은 결국 상품의 품질에서 나오는데 특히 최근에는 품질의 일관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의 유통 비중이 증가하면서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도 계속 구매해도 좋다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2020년 8월 국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225억 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1.4%나 증가했다.
신선식품의 품질이 일관되려면 유통 과정도 중요하지만 특히 생산단계에서부터 체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국내외에서는 생산과정에서 농산물의 성분과 성숙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식품 생산과 점검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근 투자한 스타트업들도 모두 신선식품 생산단계의 체계화와 관련돼 있다.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은 농산물의 영양학적 특성과 생산량 등을 관리하는 기술을, 엔씽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장관리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품질의 신선식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유통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 인공지능 기반 안내 로봇 ‘트로이(Tro.e)’, 작업자가 디지털 표시기만 보고 양손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물류시스템 ‘DPS’ 등은 이마트가 유통의 디지털화에서 거둔 성과다.
정 회장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통뿐만 생산 과정에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데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식품 생산기술을 미리 확보해 식품유통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기술기업 투자가 유통분야에서 식품생산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정 부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술기업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