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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짠물경영' 본격화, 알 카타니 석유화학 대규모 투자 대비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11-01 15: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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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가 석유화학 2단계 투자에 대비한 ‘짠물경영’을 본격화한다.

에쓰오일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유업황 부진으로 올해 들어 3분기째 적자를 쌓고 있다. 알 카타니 CEO는 4분기 에쓰오일의 석유화학사업을 실적 개선의 선봉에 내세워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 '짠물경영' 본격화, 알 카타니 석유화학 대규모 투자 대비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1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석유화학 2단계 투자의 개시시점을 2023년으로 확정하고 이에 맞춰 2021년부터 자본지출(CAPEX)을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동안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2018년까지 진행한 5조 원의 석유화학 1단계 투자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한 점을 들어 2단계 투자의 개시를 연기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에쓰오일은 2단계 투자의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당초 알려진 7조 원에서 다소 줄어들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최근 재무구조가 나빠져 시장에서 2단계 투자계획을 향한 의구심이 번지고 있으나 계획에 필요한 자금마저 조달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아람코의 계획 추진 의지가 확고한 만큼 적기에 금융조달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재무적 준비를 갖춰둘 것”이라고 말했다.

알 카타니 CEO는 이미 에쓰오일의 비용구조에서 한창 군살을 빼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에쓰오일은 연결 부채비율이 2015년 105%에서 2020년 2분기 말 기준으로 204.7%까지 치솟았다. 알 카타니 CEO는 에쓰오일의 부채비율을 3분기 말 186.5%로 낮추며 상승세에 한 차례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알 카타니 CEO는 에쓰오일의 부채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외부 차입에도 상당 부분 의존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쓰오일은 순차입금비율(자본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분기 105.9%에서 3분기 110%로 늘었다.

차입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 창출력을 높여 리파이낸싱(외부 차입으로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금리를 낮춰 이자비용을 절약하는 재무구조 개선방식) 없이 자체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알 카타니 CEO는 상반기부터 '짠물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에쓰오일은 3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알 카타니 CEO는 앞으로 해마다 상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2017년 주당 5900원, 2016년 주당 5700원을 배당하는 등 증권시장에서 대표적 고배당주로 여겨졌다. 알 카타니 CEO는 에쓰오일의 2019년 결산배당으로 200원만을 배당하기로 하며 그동안 에쓰오일의 투자매력이었던 고배당정책도 포기했다.

자본지출도 감가상각비 미만으로 억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감가상각비 5691억 원을 웃도는 6481억 원의 자본지출을 집행했지만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감가상각비 4191억 원에 못 미치는 3054억 원의 자본지출만을 집행했다.

알 카타니 CEO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는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화학사업이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화학시장에서 마스크용 섬유의 원재료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우레탄의 원재료 프로필렌옥사이드(PO) 등 올레핀 계열 화학제품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제품 수익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업황 호조 덕에 LG화학은 3분기 석유화학사업본부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인 20.1%를 내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1단계 투자로 세운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와 잔사유 고도화설비를 통해 폴리프로필렌과 프로필렌옥사이드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3분기에 두 설비의 정기보수를 진행해 수익성 호조에 따른 수혜를 보지 못했다.

3분기 에쓰오일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와 잔사유 고도화설비의 가동률은 평균 47.2%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에쓰오일은 3분기 화학부문에서도 영업손실 483억 원을 봤다.
 
에쓰오일 '짠물경영' 본격화, 알 카타니 석유화학 대규모 투자 대비
▲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1단계 투자를 통해 건립한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 <에쓰오일>

다만 4분기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에쓰오일은 이미 두 설비의 정기보수를 끝내고 가동률을 한창 끌어올리고 있으나 프로필렌계 화학제품의 글로벌 주요 생산회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4분기에 정기보수 일정을 잡아놓았기 때문이다.

화학사업이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점은 알 카타니 CEO가 재무구조 개선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정유제품 수급이 개선되더라도 마진이 개선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에쓰오일은 최근 수익성이 초강세를 보이는 프로필렌옥사이드 등 화학부문 다운스트림 제품의 수익성 강세에 힘입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 카타니 CEO가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는 이유는 석유화학 투자를 위해서다. 이는 에쓰오일만의 사업목표가 아니다.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도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화학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로 확보한 화학부문의 신기술을 에쓰오일의 화학설비에 먼저 적용하는 등 에쓰오일을 앞세우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와 잔사유 고도화설비(RUC)를 짓는 1단계 석유화학투자를 2018년 11월 마무리했다. 그러나 설비 준공식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2019년 6월 진행했다.

아람코에게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투자가 얼마나 커다란 관심사인지, 이 투자를 지연 없도록 준비해야 하는 알 카타니 CEO의 과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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