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금리 대출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정부가 서민층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중금리 대출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10%대 중금리 대출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이 상품을 이용할 고객들에 대한 신용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민층 이자부담 줄이려는 노력
정부와 새누리당은 27일 오전 당정협의를 열고 ‘금융개혁을 위한 10대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10%대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를 선정하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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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림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장(우)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 당정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은(신용등급 5~7등급) 제2금융권에서 20%~30%대 금리 대출을 받아 과다한 이자를 부담했다.
당정은 중금리대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은행과 저축은행이 연계해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을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또 내년에 첫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서민들에게 중금리 대출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시중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바젤3규제 적용을 인터넷은행에 한해 2019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바젤3규제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 기준을 8% 이상에서 단계적으로 11.5%까지 높이고 보통주자본비율 4.5%, 기본자본비율 6% 유지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건전성 규제를 유예 받으면서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중금리 대출 마케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컨소시엄 3곳 모두 10%대 중금리 대출시장 공략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9월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금융당국에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기도 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당시 “은행이 중금리 상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제2금융권과 연계한 대출도 추진하고 있다”며 “대출금리를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 10% 중금리 대출 활성화, 신용리스크 관리가 관건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10%대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상품에 대한 금융기관의 부실위험을 줄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간 신용등급 고객에 대한 대출상품 판매 경험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채권 부실화 우려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일본처럼 노하우를 보유한 업체와 제휴를 통해 연계대출 등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간 신용등급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경우 일반적인 연체율이 16%, 대손율이 1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상규 I-뱅크 컨소시엄 추진단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파크 내 판매자 8174개사의 빅데이터 분석만으로도 정밀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의 방대한 데이터가 결합된다면 부실률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중은행은 과거에 10%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놨지만 활성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한국SC은행은 2005년 신용등급 5~7등급인 고객에게 연 10~14%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셀렉트론’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으나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초 판매를 중단했다.
2012년에도 KB국민은행의 KB행복드림론이이나 하나은행의 하나이자다이어트론과 같은 10%대 중금리대출 상품들이 출시됐지만 KB행복드림론은 현재까지 모두 328건, 11억 원, 하나이자다이어트론도 900건, 33억 원 대출되는데 그쳤다.
대출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대출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지금도 모바일뱅크 등을 통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 상품들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상품은 스마트폰을 통해 5~10% 미만 금리로 소액대출(최대 1천만 원)을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5월 출시한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의 경우 11월11일 기준으로 가입건수 1만 건, 잔액 400억 원에 이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면 조건이 까다로워 서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