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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좌)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우) |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직접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구조조정 자구계획을 빨리 이행하라고 재촉했다. 몇 번의 경고에도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않자 직접 나서 김 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모처에서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19일 뒤늦게 알려졌다.
두 사람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자구계획에 놓고 얘기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업계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해 김 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원장이 압박을 가해 구조조정 속도를 가속화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동부그룹에 구조조정의 빠른 이행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4월 동부그룹 고위 임원들을 불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2월에도 금융감독원은 동부그룹을 둘러싼 금융시장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동부그룹 임원들에게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이 특정 대기업 임원들을 두 차례나 소환해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두 차례 모두 언론은 '금감원의 최후통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 원장이 직접 나선 이번이야말로 진짜 최후통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최 원장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그룹 전체의 신인도가 하락해 핵심 계열사인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이 금융계열사를 직접 언급한 것 역시 강한 압박이라고 볼 수 있다.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는 지난해 그룹 매출액의 14%가 동부화제에서 나올 만큼 제조계열사와 달리 사업안정성과 수익성이 양호하다. 그만큼 김 회장의 애착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그룹은 현재 구조조정 자구계획 이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동부그룹과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직접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5개월이 지난 지금 동부익스프레스만 매각됐을 뿐 다른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방식을 두고 벌어지던 갈등은 지난 4월 말 일단락됐다. 산업은행이 1400억 원 규모의 일시자금대출(브리지론)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강수를 두자 김 회장이 백기를 들었다. 김 회장은 매각방식을 산업은행에 일임하고 김 회장의 자택과 주식 등 108억 원 상당의 추가 담보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매각방식을 산업은행에 일임한 지금까지도 가격에 대한 미련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최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재 실사 과정을 밟고 있는 포스코가 수의계약 형태로 인수하더라도 시장에서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지난달 대출 담보로 김 회장 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3%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지분은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의 지배권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지분이다. 김 회장은 완강하게 거부했고 산업은행은 결국 김 회장 자택과 주식을 담보로 잡았다.
김 회장과 최 원장의 만남은 최 원장이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김진수 부원장보도 동석했다. 그 며칠 뒤 금감원의 은행담당 실무책임자인 조영제 부원장과 최연희 동부 회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