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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의 좁은 문, 그래도 길은 있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11-25 15: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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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의 좁은 문, 그래도 길은 있다  
▲ 유승희 커리어케어 채용컨설팅사업본부장 부사장이 25일 커리어케어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기업 인재채용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국내 공기업 채용시장이 위축됐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상당수가 지방으로 이전되면서 해당지역 인재 채용은 크게 늘었으나 우수인력 이탈도 함께 나타났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올해 처음으로 NSC기반 채용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인력 선발에 혼란을 빚기도 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전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희망퇴직자들이 증가하면서 인력이탈이 여느 기업들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채용컨설팅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승희 부사장을 25일 만나 올해 공기업 채용시장의 변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리어케어 채용컨설팅사업본부는 국내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컨설팅과 채용대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최근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큰 이슈였다. 현재까지 경과가 궁금하다.

“2003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이 발표됐다. 모두 154개의 기업(기관)이 대상으로 선정돼 10여 년 동안 입지 선정과 부지조성 공사 등이 진행돼 왔다. 2015년 11월 현재 127개 기관이 이전돼 80% 이상 이전이 이뤄진 상태다.”

- 지역 분위기는 어떠한가. 경제 활성화를 조금이나마 체감하고 있나?

“금융공기업들이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해당지역 세수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은 지역 금융기관의 수신고를 높이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은 운용자금 일부를 부산은행 등 지역 금융기관에 예치했다.

시일이 좀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 취업 문제는 어떠한가. 지방 대학 졸업자들의 채용 기회가 증가했나?

“지방인재 취업기회 확대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지역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할당돼 있어 과거에 비해 지방인재 채용비율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전력거래소는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기존 10%에서 이전 뒤 33%까지 증가했고 동서발전은 1.4%에서 12.2%로, 서부발전은 8.7%에서 15%로 늘어났다.

해당지역 인재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합격자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점 부여 방식은 상당한 이점이 된다.”

- 당초 예상했던 목적들을 달성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성공적인 정책이라 봐도 되는 것인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꼭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려는 사례가 많아져 인력이탈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 공기업의 고민은 더 깊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2015년 8월말 기준) 지방이전 공기업의 퇴직자 1384명 가운데 희망퇴직자가 693명으로 50% 가까이 기록했다. 광주∙전남(170명), 대구(105명) 충북(84) 소재 기업 순으로 희망퇴직자가 많았다.”

- 우수한 지역인재, 우수한 신입사원으로 채우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해당기업들이 지역사회에 자리 잡아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지역 교육기관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전까지는 수도권 지역에 우수인재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고, 그들은 여전히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

지방이전한 공기업들은 신입사원 지원율과 함께 우수인력 채용 가능성도 떨어질 것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를 하고 있다. 근무조건, 보상조건이 좋은 대형 공기업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지만, 소형 기관일수록 이를 막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 올해 처음으로 130개 공기업에 NCS기반 채용이 적용되었다. NCS기반 채용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한다.

“NCS기반 채용이란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활용해 인재를 평가하는 채용시스템이다. NCS는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을 국가가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표준화한 것을 뜻한다.”

- NCS기반 채용이 기존 채용시스템과 어떻게 다른가?

“대규모 공채에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1차 선별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스펙은 출신학교, 학점, 영어점수 등을 계량화한 것을 뜻하며 이를 기준으로 하여 탈락자들을 가려낸다.

그러다 보니 구직자들 사이에 과도한 스펙 경쟁이 만연하게 되었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NCS기반 채용이다.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고 그 외 불필요한 요소는 배제하여 선발한다.”

- 커리어케어 채용컨설팅사업본부에서도 NCS컨설팅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것으로 안다. NCS기반 채용에 대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반응은 어떠한가?

“진정한 NCS기반 채용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서 양식에서부터 필기시험 면접전형과정까지 전체를 NCS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이를 통한 성공모델이 완성돼 있지 않아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실무적 어려움을 많이 토로하고 있다.

특히 필기시험의 경우 단순히 전공지식을 점검하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기업의 특성과 직무맥락을 반영한 문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NCS의 기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적용방식에 있어서는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 ‘임금피크제’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 주제다. 공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이유는 무엇인가?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문제, 청년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장년층의 정년은 늘리되 임금을 깎아, 절감한 인건비로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 이에 대한 공기업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기존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면서 삭감된 급여를 받게 될 때 생산성의 변화는 없을지, 그렇다면 삭감된 급여 기준에 맞춰서 기존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를 부여해야 할지 등 조직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들을 우려하고 있다.”

-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은가?

“임금피크제는 집단 사이에 이해조정이 필요한 문제라 내부 조직원들과의 소통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 유럽 등의 시행사례와 국내 일부 공기업에서의 도입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자체 소통과 노력으로도 좁힐 수 없는 상황이라면 커리어케어와 같이 선진 국가와 해당 이슈에 경험이 있는 전문 컨설팅 업체의 자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내년도 공기업 채용시장에 대한 전망을 부탁한다.

“2016년은 NCS기반 채용이 본격화되는 해다. NCS채용 의무 공기업이 확대될 뿐 아니라 하반기부터는 필기시험에도 NCS방식이 의무 적용된다.

일부 공기업에서 발생했던 혼란들이 정리되고 일정한 기준이 정립되는 등 올해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영향으로 신입사원 채용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공기업에서 상하반기 2회 채용을 예정하고 있어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에게는 올해보다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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