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케이뱅크 추가 유상증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가 대출영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대출이 급격히 늘었는데 건전성 관리를 위한 자본확충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최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한 차원에서 사전작업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며 "최근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냈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케이뱅크는 불과 2달여 전인 7월 말에 유상증자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2021년 하반기는 돼야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케이뱅크가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급박한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이 행장은 최근 케이뱅크 대출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만큼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영업 확대에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앞서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아 2019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이상 대출영업을 중단했다. 이 행장은 7월 말 유상증자도 당초 계획보다 미뤄져 진행되는 등 진통을 겪은 만큼 추가 유상증자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이후 개인신용 대출상품 3종을 전면개편하고 BC카드,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주사 및 주주 계열사와 협력해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출영업을 확대했다.
이에 케이뱅크 대출 취급 규모도 단기간에 급성장하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 대출잔액 2조1100억 원으로 파악돼 대출 영업재재 이후 3개월 만에 67.46% 늘어났다.
이 행장은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중금리대출 등 신규 대출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어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사전예약에 일주일 만에 2만6천 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이 26:1을 넘어선 것으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에 관한 수요가 확인됐다.
이 행장은 대출영업 확대로 위험자산이 높아진 만큼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도 유상증자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월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6월 말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잠정집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4.53%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10.2%로 은행권 가운데 가장 낮은 자기자본비율을 보였다.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 외화자산 등이 포함된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계산된다. 대출자산이 늘어날 수록 자본 확충 필요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정치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부실자산이 늘어나고 있어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2018년 0.05%에서 올해 2분기 0.43%까지 지속해서 높아졌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은행의 부실자산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일반은행의 가계대출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0.27%였던 것과 비교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채권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데 관해 금융당국이 더욱 면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2분기 말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케이뱅크 부실채권비율은 2.7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포인트 올라 급등했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케이뱅크 건전성 관리와 관련해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부실채권비율 정상화에도 유상증자가 주효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케이뱅크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것은 대출영업을 중단하면서 신규대출이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정 부실채권이 지속해서 남아있는 상태에서 전체 대출이 점차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실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출영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부실채권비율도 정상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이 행장이 대출영업 확대와 건전성 관리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고삐를 당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8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 자본 확충 규모에 비춰보면 케이뱅크 자본금도 최소 1조4천억 원에서 1조5천억 원에 이르러야 할 것으로 보여 유상증자를 한 두 차례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