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사업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면서도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에 앞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비주택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국내 주택사업 매출비중이 90%에 이른다.
호반건설은 경북 영천, 세종, 경남 김해 3곳의 산업단지 조성사업에서 1천억 원에 가까운 수주잔고를 쌓으며 단번에 2019년 토목 사업에서 올린 매출 591억 원의 1.6배가 넘는 금액을 수주했다.
영천 고경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서 1160억 원, 세종 스마트그린 일반산업단지 512억 원, 김해 원지 일반산업단지 310억 원 등이다.
호반건설은 산업단지 조성사업 3곳 모두 호반산업과 지분을 1 대 1로 나눠 차지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산업단지 조성공사의 시공실적과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며 "앞으로 사업성이 뛰어난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주택사업에 편중됐던 기존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히는 데는 지금이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
비주택사업 진입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호반건설이 치중해온 주택사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는 하지만 부동산정책과 경기변동에 민감해 매출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증권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올해 추진하다 중단한 기업공개 작업을 2021년에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는데 비주택사업을 키우는 것이 호반건설이 기업가치를 높여 평가받는 데 유리하리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019년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다시 한번 상장 추진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이 공백을 기회 삼아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의 일환으로 비주택사업 강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2018년 말 호반과 합병하고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오르는 등 2019년에 상장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유리한 점이 많았지만 합병 이전 호반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상장을 미뤘다.
비주택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호반건설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에서 90%가 넘는 매출이 주택사업에서만 발생할 만큼 매출비중이 치우쳐 있다.
SK건설은 호반건설을 제치고 1년 만에 다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로 돌아왔는데 매출에서 해외 플랜트사업이 61%, 주택사업은 23%, 인프라 사업은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11위에 오른 한화건설 역시 비주택 건축, 토목, 플랜트 그리고 주택사업 등에서 고르게 매출 올리고 있다.
실제 주요 건설사 가운데 주택사업의 매출비중이 90%가 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호반건설의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같은 비주택사업 강화는 시공능력평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호반건설은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2위에 그쳤다.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2015년 15위, 2016년 13위, 2017년 13위, 2018년 13위, 2019년 10위로 시공능력평가순위를 유지하거나 높여오다가 2020년 12위로 2계단 떨어졌다.
호반건설 다른 관계자는 "이전부터 주택, 비주택사업 모두에서 사업을 검토해왔다"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 구조도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에서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며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은 호반건설이 강남의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 등에서는 곧바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연한 대처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