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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스타 박서원은 '독립광고'로 남을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16 1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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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스타 박서원은 '독립광고'로 남을까  
▲ 박서원 빅앤트 대표


박서원 '빅앤트' 대표는 다른 재벌가 2~3세들과 달리 ‘광고인’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그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광고 계열사의 CEO를 맡고 있는 재벌 2~3세들이 대개 ‘낙하산’으로 경영에 참여했다면 그는 광고를 직접 만들면서 광고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박 대표는 2006년 친구들과 함께 빅앤트라는 광고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이름이 2009년 처음 언론에 등장했을 때 두산그룹과 관련된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박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주요 광고제를 휩쓴 기린아였다. 박 대표가 박용만 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려졌다.

박 대표가 두산그룹의 광고계열사인 오리콤에 들어갈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점쳐졌지만 그는 여전히 빅앤트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초 빅앤트가 두산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산그룹은 2개의 광고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두 회사의 진로에 관심이 쏠린다.

◆ 국제광고제 휩쓴 광고계의 스타 박서원


박 대표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시기는 2009년이다. 주요 일간지에 그의 이름이 줄줄이 실렸다. 그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반전 포스터 ‘뿌린 대로 거두리라’가 세계적 광고제에서 잇따라 큰 상을 받았다. 그는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이 포스터로 5개의 국제광고제에서 총 12개의 상을 받았다. 박 대표의 성과를 영화제에 비유한다면 칸느와 베니스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것이다.


박 대표의 명성은 잠시 ‘반짝’에 그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박 대표는 광고계에서 존재감을 이어갔다. 2010년 대형건물 전면을 뒤엎는 북쉘프 광고로, 2011년 거리의 금연 재떨이 광고로 세계 4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의 '원쇼'에서 3년 연속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3년 동안 국제광고제에서 받은 상만 해도 50개가 넘는다.


이렇게 되자 그의 성공을 두고 우연이라고 치부했던 목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두산그룹 오너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잠시 나왔던 ‘재벌이라 가능했다’는 얘기도 곧 수그러들었다.


박 대표는 광고계에서 독보적 존재가 됐다. 광고인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생각하는 미친놈’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서울예대와 숙명여대에서 강의했고 기업체나 학교에서 특강도 자주 했다.

박 대표의 빅앤트는 그룹 광고계열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광고시장에서 삼성카드, 동화약품 등의 광고를 잇달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이 출연하는 후시딘 광고는 화제가 됐다. 매일유업이 까페라떼 15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실시한 까페라떼 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도 빅앤트가 진행했다.


  광고스타 박서원은 '독립광고'로 남을까  
▲ 2009년 세계 유수의 광고제를 석권한 '뿌린 대로 거두리라' 반전 포스터
박 대표는 재벌가 자녀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학벌이 좋기로 유명한 두산 가문에서 그는 이단아였다. 정원미달로 간신히 들어간 단국대에서 학사경고를 3번이나 받았다. 퇴학직전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 웨스턴미시간 대학에서도 2번의 학사경고를 받고 재미있는 공부를 찾기 위해 전공을 4번 바꿨다.


박 대표는 2005년 남들보다 뒤늦게 시각디자인 공부를 시작했고 2006년 뉴욕에서 친구들과 함께 ‘빅앤트 인터내셔널’을 세웠다. 스스로 창업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재벌가 자제는 박 대표가 거의 유일하다.

박 대표는 지금도 빅앤트를 이끌고 있다. 빅앤트의 사업영역은 다양하다.


빅앤트는 처음 동네가게 현수막, 전단, 간판디자인 일부터 시작했다. 이어 이름이 알려지면서 매일유업, 동화약품, 삼성카드, GM대우, 해태제과, 그랜드성형외과 등 상업광고는 물론 케이블채널 tvN,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의 아트 디렉팅 음반, 전시회 기획까지 맡았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라며 “소규모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 두산그룹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박서원

그런 박 대표지만 재벌 두산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지난 3월 빅앤트가 오리콤과 공동으로 4년째 동화약품의 광고대행 업무를 맡은 사실이 확인됐다. 자연스럽게 두산그룹의 간접지원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이 규모가 작은 빅앤트의 지원 업무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비정상적 관계라는 뒷말이 나왔다.


동화약품의 광고를 몇 년째 계속 맡게된 데 대해서 두 집안의 친분을 거론하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빅앤트가 처음 한국에서 진행했던 광고 프로젝트도 두산그룹과 관련된 일이었다. 2007년 빅앤트는 소주 ‘처음처럼’의 거리 전시회를 열었다. 그러나 그는 “회장 아들이라 도움 받았다는 말이 듣기 싫다”며 두산그룹에서 들어온 일을 무보수로 진행했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빅앤트는 지금도 두산 관련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2010년 두산 프로야구팀의 유니폼이 바뀔 때 디자인에 관여했던 것 정도가 두산그룹과 직접 관련됐다. 빅앤트의 가장 큰 광고주는 두산그룹이 아닌 매일유업과 동화약품이다.


박 대표는 향후에도 빅앤트의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커지면 내가 즐겁지 않아도 돈벌이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며 “지금 있는 식구 열댓 명 먹여 살리는 것도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 박서원은 오리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두산그룹은 빅앤트의 합류로 2개의 광고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광고인' 박서원 대표의 두산그룹 합류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빅앤트는 여러 면에서 오리콤과 사업영역이 겹친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합쳐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광고스타 박서원은 '독립광고'로 남을까  
▲ 2010년 '원쇼' 옥외광고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북쉘브'
박 대표가 최근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오리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오리콤이 명성과 걸맞지 않게 침체상태에 빠지자 박 대표가 어떤 형태든 오리콤에 관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박 대표의 빅앤트가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것이 그 신호탄일 수 있다고 본다.


오리콤은 취급액 기준 업계 7위다.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광고회사이기도 하다.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 등의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광고시장의 총 규모는 약 14조2천억 원 가량이다. 오리콤의 지난해 취급액은 1695억 원이다. 국내 광고시장은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8조 원 이상을 차지한다. 오리콤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오리콤은 최근 실적부진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11% 감소한 1천억 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9%, 36% 줄어든 40억 원, 30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콤의 실적부진은 매거진 사업부 탓이 크다. 매거진 사업부는 매분기 적자를 내며 오리콤의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국내 광고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잡지광고 수입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리콤은 보그, GQ 등 패션 관련 잡지를 외주생산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광고대행 부문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전반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 등 그동안 오리콤의 실적을 이끌던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광고대행비를 대폭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성적도 시원치 않다. 1분기 영업손실은 15억 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적자폭이 26% 확대됐다.


그러나 오리콤은 최근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6개 광고주를 새로 영입했다. 광고물량으로 300억 원 규모다.


3월에 대규모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총괄본부를 신설했다. 이전까지는 신문, 라디오, 잡지 등 4대 매체를 통한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를 구분해왔지만 조직개편으로 모두 통합했다.


고영섭 오리콤 사장은 “통합적 아이디어를 토대로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해결하는 집단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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