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공정위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조 위원장은 2020년 안에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결과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가 한국산업조직학회에 의뢰한 ‘배달앱사업자 사이 기업결합에 관련한 경제분석’ 연구도 10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산업조직학회 연구 결과와 공정위 자체 분석결과를 종합해 심의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위원장이 쿠팡이츠 등 신흥강자의 시장 진입을 고려해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조 위원장은 경쟁자의 신규진입 가능성도 기업결합 심사기준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 배달 플랫폼시장에서 몸집을 키워가는 쿠팡이츠의 성장세를 염두에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의 모기업인 쿠팡이 배달 플랫폼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을 넘어서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바라본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쿠팡의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맹점주에게는 수수료를 인하해주고 배달원에게는 배달비에 웃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쿠팡이츠는 8월에 사용자 수 74만 명을 달성했는데 2019년 8월보다 4배가량 늘었다.
이에 앞서 쿠팡이츠는 6월에 업계 3위인 배달통을 밀어내며 오랫동안 유지돼 온 배달 플랫폼 3강구도를 깨뜨리는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비상경영 논의를 진행할 만큼 상황에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가 배달 플랫폼시장에 신흥강자로 자리하며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장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도 조 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쿠팡이츠의 모기업이 전자상거래 1위 사업자인 쿠팡이라는 점에서 관련 시장을 기존 배달 플랫폼 사업자만으로 좁힐 수만은 없기 때문인데 시장획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50%이상일 때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이상일 때 ∆기업결합 이후 1위 사업자가 될 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위원장이 기업결합과 관련한 시장을 ‘배달 플랫폼’으로 한정하면 두 기업의 합병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2위인 요기요와 오랫동안 3위에 올라있던 배달통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의 모기업인 대형 플랫폼을 고려해 관련 시장을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넓힌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배달의민족측은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결합을 결정하며 “최근 일본계 거대자본을 등에 입은 C사와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플랫폼 등의 잇따른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며 쿠팡을 들기도 했다.
반면 조 위원장이 두 기업의 결합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배달의민족은 조 위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독점 문제와 수수료 인상 논란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업계 1위 사업자로 주문자 인적사항, 지역상권 현황 등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면 정보독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수수료 인상과 관련한 논란도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4월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수수료 변경 통보를 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수수료체계를 바꾸진 못했지만 시장 지배력이 뒷받침되는 한 언제든 수수료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조 위원장은 8일 취임 1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독점기업이 수수료율 등 다른 방식으로 신규기업을 제한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플랫폼사업자 역할을 반영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인천·경기가 함께 만든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8월27일 발표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배달점의 74.6%가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광고비·수수료 인상에 따른 비용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81.4%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의 58.6%도 광고비·수수료 인상에 따른 음식값 인상, 배달앱 할인혜택 축소, 음식 질 하락 등을 이유로 두 기업의 결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