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6월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힘줘온 모빌리티(Mobility)사업에서 전기차배터리사업이 가장 먼저 홀로서기에 나선다. LG그룹 모빌리티사업이 독자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결실이기에 전기차배터리사업 분사의 의미는 작지 않다.
분사 이후 전기차배터리사업의 성장이 본격화하면 구 회장의 모빌리티사업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LG화학이 전지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기로 하면서 LG그룹의 모빌리티사업의 성장이 가시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2차전지, 전장부품,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을 포함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이 관련 사업을 확대하면서 모빌리티 관련 수주액은 2019년 초 130조 원 수준이었으나 1년 반 만에 210조 원까지 늘어났다.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이 가장 선두에 있다.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수주액은 150조 원으로 그룹 전체 모빌리티 수주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상반기에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 1위에 올랐고 2분기에는 처음으로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흑자를 냈다. LG전자 정장(VS)사업이 아직 흑자전환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큰 성과다.
LG그룹 관계자는 “모빌리티사업 중 단독 계열사로 설립되는 것은 전기차배터리가 처음”이라며 “향후 성장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전기차배터리사업을 향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구 회장은 6월 LG화학 오창 공장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초청해 미래 배터리 기술 개발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이 취임 후 다른 기업 총수와 일대일로 공개 회동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배터리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한 육성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약 석 달 만에 배터리사업 분사를 결정하면서 사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성장을 향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배터리사업이 분사를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구 회장은 다른 분야의 모빌리티사업도 더욱 자신감을 품고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배터리법인이 LG화학의 자회사로 분리되면서 지주회사 LG에는 손자회사에 해당하게 돼 지배구조상 우려도 제기된다.
배터리법인은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금이 들어오면 LG화학이 보유한 지분이 희석되고 결과적으로 배터리사업 실적이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완전히 귀속될 수 없게 된다.
지주회사 규제에 따라 손자회사인 배터리 신규법인의 투자가 제한되는 점도 단점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돼 있어 합작사업이나 지분투자에 제약이 생긴다.
SK그룹이 SK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투자활동에 어려움을 겪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 회장은 이러한 과제들에 대응하면서 배터리 신규법인의 성장을 도모해 LG그룹 모빌리티 전략의 방향성을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배터리 신규법인의 상장 여부나 운영방안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LG디스플레이나 LG이노텍 등도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존재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