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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PC온라인게임, 옛 영광 되찾을 수 있나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5-11-11 19: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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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온라인게임이 부진을 깨고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아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PC온라인게임 인기순위 상위권은 3년 넘게 변동이 거의 없다. 개발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이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성공문이 좁아지자 게임회사들은 PC온라인게임 대신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게임시장의 중심 축은 불과 몇 년 만에 모바일게임으로 옮겨졌다.

정부의 획기적 규제완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PC온라인게임의 반등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 PC온라인게임, 돌파구가 없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이 PC온라인게임 위주의 기업들보다 두드러진 실적을 냈다.

 
  위기의 PC온라인게임, 옛 영광 되찾을 수 있나  
▲ PC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들. <뉴시스>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게임의 잇딴 흥행에 힘입어 3분기에 분기 최대 성적을 올렸다. 넷마블게임즈가 3분기에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18억 원과 567억 원에 이른다.

모바일게임 전문기업인 컴투스의 경영실적은 올해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실적을 뛰어넘었다. 컴투스는 짧은 시간에 분기매출 1천억 원이 넘는 대형 게임회사로 성장했다.

반면 PC온라인게임에 주력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8% 줄었고 영업이익은 38%나 급감했다.

PC온라인게임 신작의 흥행도 언제부턴가 뜸해졌다.

넥슨이 올해 7월 출시한 ‘메이플스토리2’ 가 출시 초반에 게임트릭스 PC방 순위 5위 권 이내에 포진했던 것이 유일할 정도다.

네오위즈게임즈는 100억 원을 넘게 투입한 ‘애스커’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인기 영화배우 황정민 씨를 모델로 내세웠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상위권 게임의 순위는 3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인기순위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를 뛰어넘는 게임이 3년 넘게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

◆ 성장성 정체,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모바일게임으로 눈 돌려

PC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 신작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이용자는 PC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현재 ‘리그오브레전드’를 뺀 나머지 PC온라인게임 이용자는 대부분 유행에 덜 민감한 30대 이상 청장년층”이라고 분석했다.

상위권에 포진한 게임의 수익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의 경우 매 분기 7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린다.

그러나 성장성 측면에서 PC온라인게임 시장은 모바일게임 시장과 비교해 심각한 정체에 빠져 있다.
 
  위기의 PC온라인게임, 옛 영광 되찾을 수 있나  
▲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게임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엔씨소프트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예나 지금이나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모두 매출순위 10위 안에 들면 ‘대성공’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다만 모바일게임의 매출규모가 비슷한 순위의 PC온라인게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모바일게임은 PC온라인게임보다 수익성이 낮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2~3년 전부터 모바일게임에 주력한 넷마블게임즈는 올해를 기점으로 ‘연매출 1조 원대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까지 국내게임시장 매출 2위를 지켰던 엔씨소프트는 업계 매출순위 3위로 밀려났다.

이 때문에 PC온라인게임 시장의 강자들도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4분기 안으로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을 한국과 중국 등에 출시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리니지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자체개발 모바일게임 2종과 ‘아이온’의 IP로 개발하고 있는 ‘아이온 레기온스’도 선보인다.

매출1위 넥슨도 모바일게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넥슨은 올해 상반기부터 넷마블게임즈와 모바일게임 ‘물량공세’를 펼칠 정도로 다양한 신작을 내놨다. 넥슨은 12일 개막하는 '지스타'에 전체 홍보부스의 3분의 1을 모바일게임 전용관으로 할애할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정부규제도 업황 악화의 원인

PC온라인게임 시장을 둘러싼 정부의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2013년 도박게임(웹보드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배팅한도액을 정했다. 이용자가 게임 한 판에서 약 10만 원을 잃을 경우엔 24시간 동안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PC온라인게임 업계에 '독화살'이 됐다.
 
  위기의 PC온라인게임, 옛 영광 되찾을 수 있나  
▲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NHN엔테터인먼트는 전체매출에서 40% 이상을 PC온라인 웹보드게임에 기댔는데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졌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규제의 여파가 생각보다 너무 컸다”며 “매출이 20~30% 줄면 이를 만회할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는데 정부의 웹보드게임 규제로 매출이 너무 급감해 한 동안 대책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 ‘피망’에서 웹보드 게임을 운영하던 네오위즈게임즈도 이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 PC온라인게임에 적용된 규제가 지나치다고 볼멘 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용자가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충전하는 금액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밤 10시 이후 게임에 접근할 수 없도록 규제한 ‘셧다운 제도’도 PC온라인게임에 치명타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PC온라인게임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내 게임기업의 경쟁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정부가 규제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우수한 개발인력들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점도 문제로 떠오른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국내 게임업계가 규제에 신음하는 사이 중국자본의 국내시장 잠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55%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 산업“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게임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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