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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하나 없는 이랜드 2인자 박성경

최용혁 기자 yongayonga@businesspost.co.kr 2014-05-15 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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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 하나 없는 이랜드 2인자 박성경  
▲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대외활동에 거의 얼굴을 나타내지 않는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그런 박 회장을 대신한다. 박 부회장은 사실상 이랜드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박 회장의 동생이다. 박 부회장은 박 회장과 함께 오늘의 이랜드그룹을 키워냈다. 그런데도 특이하게 이랜드그룹의 주식을 단 한 주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박 부회장은 일관되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우리 회장님”이라고 말한다.

◆ 오빠를 절대적으로 존경하는 동생

박 부회장은 오빠인 박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일궈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랜드도 없었을 만큼 기여도가 높은 창업공신이다.

  주식 하나 없는 이랜드 2인자 박성경  
▲ 박성수는 1980년 이화여대 앞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1984년 박성경이 합류했다.

박 회장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시기에 근육무력증으로 고생했다. 2년의 투병생활로 취업시기를 놓치자 집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화여대 앞에 옷 가게를 차렸다. 박 회장은 옷가게를 꾸려가다 박 부회장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박 부회장은 그때부터 박 회장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이 그뒤로 박 회장의 곁을 떠나지 않은 것은 박 회장에 대한 존경심 때문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회장님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신뢰했다”며 “회장님은 한 번 뱉은 말은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을 보여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런 말하기 쑥스럽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우리 회장님”이라고 이야기한다.

박 부회장은 박 회장이 은둔형 경영자라는 말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회장님은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평생 카니발을 타고 다니면서 사는 검소한 분이다. 수수한 복장으로 매장 둘러보는 게 좋아 그러는 것 같다.”

◆ 박성경이 만든 패션 이랜드


박 부회장은 이화여대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여성복을 디자인했다. 이 옷들은 1980년대 대학교를 다니던 여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입었다고 말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로엠, 투미 등의 브랜드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박 부회장이 만들어낸 최고의 히트상품은 캐쥬얼 티셔츠다. 셔츠에 정장바지, 정장치마가 의복의 주류를 이루던 당시 그림을 그린 티셔츠를 내놓았다. 그런데 본인도 놀랄 정도로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박 부회장은 1994년부터 디자인뿐 아니라 패션제품의 생산과 구매를 모두 관리하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 가 됐다. 당시 그는 중국, 인도 등의 공장지역을 직접 다니며 납품기업을 선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원가를 30%가량 줄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박부회장은 박 회장과 함께 구조조정에 매달렸다. 당시 이랜드그룹은 신규 브랜드 실패로 성장정체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경영시스템 혁신’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을 2년 만에 289%에서 135%로 낮췄다.

박 부회장은 위기를 벗어난 뒤 2005년과 2006년에 고가 여성복인 데코와 네티션닷컴을 차례로 인수했다. 당시 이랜드는 저가의류만 취급하다보니 디자이너가 계속 이탈했다. 백화점에서 철수하라는 통보도 받았다. 고가 의류업체 인수는 이랜드를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했다.

박 부회장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6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랜드그룹 경영 전반에 참여했다. 이후 박 부회장은 2010년부터 문화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한류문화공연 와팝을 만들면서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직접 화장품사업 진출과 프로축구단 창단을 발표했다.

  주식 하나 없는 이랜드 2인자 박성경  
▲ 박성경 부회장이 중국 상해시 여유국 부국장과 서울 창전동 이랜드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주식 한 주 없는 이랜드그룹의 2인자

박 부회장은 이랜드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이랜드그룹의 승계구도를 얘기할 때도 그는 배제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이랜드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공에 비해 너무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랜드그룹은 박 회장의 강력한 지배 아래 놓여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는 자사주 44.71%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이 40.59%, 박 회장의 부인 곽숙재가 8.05%, 이랜드복지재단이 5.62%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지분이 없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사임했다. 대표이사를 사임한 계열사에 이랜드월드, 이랜드파크, 이랜드리테일 등 이랜드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모두 포함됐다. 책임경영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랜드그룹은 “박 부회장이 이제 그룹 전반의 사업을 총괄하고 해외사업과 신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사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원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받았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박 부회장의 이랜드그룹 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는 사업에 직접 관여한다. 패션을 비롯해 유통과 레저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랜드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 어김없이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에 귀빈으로 초대받는다”며 “중국사업이나 인수합병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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