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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가시밭길 걷기 13년, 현정은 언제 벗어나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11-10 17: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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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의 가시밭길 걷기 13년, 현정은 언제 벗어나나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걷고 있는 가시밭길은 언제 끝이 날까?

현 회장은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뒤 갑작스럽게 현대그룹 회장에 올랐다.

현 회장이 그동안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해야 했고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뚝심있게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 회장은 이제 현대상선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구조조정에 힘을 쏟았지만 그 노력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려 있다.

현대상선은 한때 현대그룹 전체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의 주력 계열사다. 이뿐 아니라 현대상선은 현 회장이 현대그룹의 적통임을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 현정은에게 현대상선의 의미

10일 금융권에서 현 회장이 현대상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3조3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순조롭게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막판에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추가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강제합병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은 강하다.

현 회장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을 포기하고 현대증권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 회장에게 현대상선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상선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직접 만든 회사로 현대그룹의 적통을 상징한다. 또 현 회장의 아버지 현영원 회장이 키운 신한해운이 통합돼 만들어진 회사이기도 하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배려로 현대상선 회장에 취임한 현영원 회장은 1995년까지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며 현대상선을 키워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이기도 하다. 한때 현대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책임졌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도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22.43%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아산과 현대유엔아이 지분도 각각 67.58%, 27.28%씩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 회장이 다른 자구안을 내놓을 뽀족한 길이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그룹의 가시밭길 걷기 13년, 현정은 언제 벗어나나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북한 개성공단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 겸 당 비서를 만난 뒤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해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뉴시스>

◆ 2년 구조조정으로 희망을 보는 듯 했으나


현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를 재편하면서 안정적 경영권도 확보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까지 현대로지스틱스를 정점으로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의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아산’으로 이어지는 지주사 형태의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현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줬다.

현 회장은 당초 현대로지스틱스를 상장시킨 뒤 경영권을 유지하려 했지만 매각을 선택했다.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였다.

현 회장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보여주자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던 동부그룹이나 한진그룹과 비교했을 때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만 해도 현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남은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적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현 회장이 2년 동안 펼쳐온 자구노력은 뿌리째 흔들리고 말았다.

◆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방어

현 회장은 21세에 시집와 30년 가까이 살림만 해 왔다. 현 회장은 이화여자대학교 4학년일 때 정주영 명예회장의 눈에 들어 정몽헌 회장의 배필로 낙점됐다.

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삶을 마감한 지 두 달여 만인 2003년 10월 현대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 회장은 그 뒤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매번 이를 극복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현대그룹의 가시밭길 걷기 13년, 현정은 언제 벗어나나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 회장은 2003년 10월 취임 직후 시숙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

현 회장은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민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우호세력을 모아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현 회장은 그 뒤 시동생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2006년 4월 우호지분을 포함해 현대상선의 지분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39.6%까지 높인 것이다.

현 회장은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며 현대상선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방어했다.

◆ 특유의 뚝심 보여준 대북사업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이끌면서 특유의 뚝심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게 대북사업이다.

현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였다. 곧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사업이기도 했다.

현 회장은 2009년 현대아산 직원억류 사건으로 대북사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2박3일 일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현 회장은 당시 다섯 차례나 북한 체류일정을 연장하는 등 끈질긴 기다림 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현 회장은 지난해에만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며 여전히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은 2008년 중단된 뒤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 88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2달 안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의 조건식 사장은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남북관계 전문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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