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신한금융 계열사가 데이터사업에 이어 차세대 금융서비스 개발과 신생기업 지원까지 SK텔레콤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통신사와 다른 금융회사 사이 협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례를 넘고 통신사가 보유한 기술역량을 디지털 전환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과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
신한카드는 2일 카드 결제데이터와 SK텔레콤이 보유한 통신데이터를 결합해 주요 관광지 방문객 동선과 상권 이용행태 등을 분석해 제공하는 데이터 협력사업 진출 계획을 내놓았다.
신한은행 역시 1일 SK텔레콤과 미래 기술 공동개발, 디지털 신사업 발굴, 핀테크 신생기업 지원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약을 맺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가장 핵심인 두 계열사가 일제히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손잡고 디지털 신사업분야에서 성장기회를 찾고 있는 셈이다.
신한카드는 경쟁 금융회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빅데이터사업에서 SK텔레콤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신한카드는 데이터를 가공해 외부 고객사에 판매해왔는데 카드 결제정보를 활용해 고객 연령과 소득, 자산규모 등 특성별 주요 소비처와 지역, 시간 등 소비행태를 분석해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SK텔레콤 통신데이터를 결합하면 소비자 이동경로와 지역 체류시간,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앱 등 정보를 금융정보와 합쳐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협력은 서로 다른 업종 사업자의 정보를 결합한 첫 사례"라며 "더욱 정확하고 깊이 있는 분석데이터를 내놓고 유통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SK텔레콤과 맺은 협약은 특정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발, 유망 신생기업 육성 등에 모두 힘을 합치기 위한 중장기 협력이다.
함께 금융과 5G통신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암호화 등 보안기술을 연구하는 방안이 추진되며 핀테크 신생기업을 육성하고 협업을 추진하는 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운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 디지털역량을 모아 혁신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실질적 차원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며 신한은행이 주로 담당하는 인공지능, 신한카드가 주로 담당하는 빅데이터 등 신기술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수년 전부터 통신사를 넘어 IT전문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두고 신기술 역량 강화에 집중해 온 만큼 두 회사 협력이 신한금융 디지털 전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 계열사가 통신사와 본격적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2016년 핀테크 합작법인 핀크를 설립한 뒤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으며 KB금융그룹은 LG유플러스와 2019년부터 알뜰폰사업 '리브엠'을 두고 협력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KT는 8월에 데이터 신사업 진출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포괄적 협력을 맺은 뒤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KT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치고 다른 금융회사와 통신사 협업은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이 리브엠을 출시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가입자 확보에 여전히 고전하고 있고 하나금융 핀크도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경쟁서비스에 차별화가 어려워 입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이 이런 전례를 피하려면 SK텔레콤과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발한 협업을 지속하고 신기술을 사업화해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도 속도를 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계열사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이 SK텔레콤과 계열사가 아닌 그룹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해 더 다양한 계열사와 협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