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국내에서 벌인 배터리 합의 파기 재판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식재산 전담재판부(민사합의 63-3부)는 27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의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LG화학이 2019년 9월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특허 7662517’의 침해소송이 과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서로 다투지 않기로 합의했던 ‘한국 특허 775310’과 동일한지 여부였다.

두 특허는 모두 리튬이온배터리의 세라믹코팅분리막 제조기술과 관련한 특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한국 특허 775310을 놓고 2011년부터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1심과 2심에서 LG화학이 패소했으며 2014년 10월 3심을 앞두고 두 회사가 합의에 도달해 소송전이 마무리됐다. 합의조건은 LG화학이 이 특허와 관련해 10년 동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 재판에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특허 7662517과 한국 특허 775310은 같은 특허이며 LG화학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2014년의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두 특허의 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 범위에 차이가 있다며 별개의 특허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과거 다투지 않기로 합의한 특허가 한국 특허에만 한정된다고 보고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LG화학은 이날 입장문에서 “현재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특허침해 소송에도 끝까지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지만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입장문을 내고 상급심에 항소하겠다고 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2014년의 합의는 국내외에서 10년 동안 쟁송하지 않겠다는 합의였으며 만약 국내에 한정해 제소하지 않는 합의였다면 최종적으로 패소할 위기에 놓인 LG화학의 합의 요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과거 합의의 취지를 벗어나 일부 문구를 핑계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합의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한국 특허와 미국 특허의 관련성을 놓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확인한 뒤 항소절차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