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할까?
은행권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센데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올해 말이면 약 2년에 이르는 임기를 마치고 인사대상에 포함된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실적 방어와 디지털 전환에 모두 좋은 성과를 냈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사태와 같은 위기도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어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7일 신한금융지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신한은행을 포함한 신한금융 계열사 CEO 연말인사는 이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최근 하반기 경영회의에서 주요 계열사 디지털 전환 성과를 CEO 인사평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같은 사회공헌이나 환경보호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분야 강화 노력도 경영진 평가에 더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 계열사 CEO 8명 가운데 7명이 연임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달라진 금융시장 상황과 새 평가기준 등을 고려해 인사폭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그룹이 일반적으로 계열사 대표이사 임기 3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올해로 임기 2년째를 맞은
진옥동 행장은 무리 없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유력하게 나온다.
하지만 전임자인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2년 임기를 마친 뒤 교체된 전례가 있는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조용병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한 그룹 차원 조직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과 같은 핵심 계열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진 행장의 신한은행장 취임 뒤 경영성과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취임 첫 해인 2019년 신한은행 순이익과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모두 2018년보다 늘었고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사태에도 실적을 효과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올해 상반기 디지털채널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20% 늘고 모바일앱 이용자도 크게 증가하는 등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성과도 우수하다.
진 행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 인공지능분야를 책임지고 사업화를 주도하는 디지털 후견인을 맡은 뒤 자산관리와 고객상담 등 서비스에 인공지능기술을 접목하는 사례도 활발하게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른 시일에 인공지능 관련된 조직을 확대재편한 뒤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운 점도 이런 노력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다만 신한은행이 아직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사장이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손실사태에 책임을 지고 올해 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크레딧인슈어드(CI)펀드는 부실 자산에 직접 투자한 펀드가 아니라 일부 자산이 환매중단 펀드에 포함된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크레딧인슈어드펀드 자산을 부실이 발생한 펀드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레딧인슈어드펀드가 진 행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판매됐기 때문에 진 행장에 라임자산운용 손실사태 관련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는 자산 회수율도 50% 이상으로 다른 라임자산운용 펀드보다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신한은행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른 시일에 라임자산운용 판매사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제재심을 열고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은 진 행장 거취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진 행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진 뒤 신한은행 금융상품 설계와 공급, 판매체계 및 직원 성과 평가체계 등을 대대적으로 재편해 금융소비자 보호절차를 강화했다.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는다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도 있다.
신한은행이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제시하고 성장 잠재력을 증명하는 것도 진 행장이 올해 연임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지주는 일반적으로 12월에
조용병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참여하는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계열사 CEO 후보를 평가하고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