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 바이오 의약품의 제형 변화를 선도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처방 영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 회장은 영국 바이오기업 인트랙트파마와 손잡고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알약 형태로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램시마는 정맥주사 형태의 바이오시밀러로 오리지널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다. 셀트리온은 올해 초 램시마의 제형을 피하주사로 바꾼 ‘램시마SC’를 유럽에 출시하기도 했다.
램시마SC는 기존 램시마가 병원에서만 2시간 정도 정맥투약해야 하는 것과 달리 환자가 집에서 2주에 1회 직접 복부 등에 찔러 주사할 수 있어 편의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와 같은 램시마SC도 알약 형태의 경구용 치료제와 비교하면 편의성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효능과 안전성, 편리성이 높은 경구용 제품 개발에 나서게 됐다”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임상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개발을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의 편의성과 약효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세계 바이오시밀러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24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이르고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새로 진입하는 제약사들이 많아지며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오리지날 의약품 연구개발에만 집중하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도 올해 1월 대장암 바이오시밀러 ‘자이라베브’를 출시하며 바이오시밀러사업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의 제형을 변경해 경쟁력을 더 높이려는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산도즈는 최근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에렐지’와 ‘하이리모즈’를 펜 형태의 피하주사제로 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도 펜 형태의 제품이 오리지널보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피하주사나 펜 형태인 바이오시밀러도 편의성 측면에서는 어쩔수 없는 한계가 있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들은 매번 주사를 맞아야하는 불편함을 겪어야할 뿐만 아니라 통증이 있고 감염 우려도 커 이를 개선한 치료제에 관한 수요는 매우 높아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젤잔즈’ 등이 이런 수요를 흡수하고 있었다. 다만 젤잔스는 케미컬(화학)의약품이어서 부작용과 효과 등에서는 바이오의약품보다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셀트리온이 경구용 램시마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면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뿐만 아니라 케미컬의약품시장 수요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구용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것이 아직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약이어서 입으로 먹으면 대부분 소화관에 존재하는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거나 위장관 막을 통과하기 어려워 체내 흡수율이 낮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의 경구용 제형 연구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현재는 화이자, 릴리 등 4곳에서 경구용 바이오시밀러를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셀트리온은 이런 기술적 장벽을 넘기 위해 단백질 의약품을 장으로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트랙트파마와 손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트랙트파마는 ‘소테리아(Soteria)’라는 약물전달 기술을 갖고 있다. 소테리아는 위와 소장의 환경으로부터 약물을 보호하고 코팅 기술을 이용해 대장 내에 화합물을 방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테리아의 이중 작용 강화제는 효소 분해로부터 약물을 보호하는 동시에 대장 조직으로의 흡수력도 높인다.
야다브 인트랙트파마 책임연구자는 “우리 알약은 오직 대장에 도달해야만 코팅이 용해되는데 대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다당류 코팅제를 먹어 치우는 원리”라며 “장 내에 항체가 많이 축적되면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질병에서 활성화되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중화시킬 수 있는 조직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트랙트파마는 구강 약물전달 기술의 선두주자로 2019년 4월 글로벌 제약사 네오파마의 자회사인 NPJ와 약물전달 기술을 적용해 위장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의 경구투여 제형 개발은 많은 제약기업이 적극적으로 개발연구를 진행했으나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문 난이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라며 “정부도 산업별 도전적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2020 챌린지 트랙’에 바이오의약품의 경구투여 제품화를 포함하는 등 정책적,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