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0-08-19 17: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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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사장이 기술수출한 치료제의 임상 진행 지연에 대응해 독자개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그동안 장기적 과제로 밝혀온 만큼 빠른 시일 안에 독자개발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사장.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기술수출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임상 시작이 늦어지면서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 제약사가 되려는 계획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연구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빠르게 임상을 진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주 사업모델로 삼는 대표적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기업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18일 열린 정기 기업설명회(IR)에서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2상 절차가 지연돼 상황에 따라서는 기술반환에 따른 독자개발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그동안 베링거인겔하임의 임상이 지연되는 것을 놓고 기술반환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이 대표가 기술수출 계약서에 1년 안에 임상을 진행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2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전자변형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 예비독성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에 BBT-877에 관한 파트너십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임상2상이 2023년 상반기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 사이 합의로 파트너십을 종결한 뒤 새로운 기술수출 파트너를 모색하거나 자체개발을 통해 2021년 상반기 안에 임상2상을 개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베링거인겔하임과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기술반환을 받게 되더라도 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제약사와 쉽게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다시 기술수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적응증도 모색할 것이며 자체적으로 개발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13일에 내놓은 202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서도 "일부 희귀 적응증을 포함한 특수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은 허가 신청을 통해서 직접 마케팅 및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코스닥 상장에 앞서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의 일부를 후기 임상단계의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전체 직원이 19명에 불과한 만큼 신약 개발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 베링거잉겔하임의 BBT-877 임상2상 진행에 따른 기술수출 수수료(마일스톤) 유입을 기대하다 자체개발을 진행하며 비용을 지출하기에는 재무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3억 원인데 BBT-877 임상2상 시험용 의약품 공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초 이 대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설립한 2015년을 기준으로 5년의 준비기간과 5년의 성장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도약기를 맞아 본격적으로 혁신 신약을 상업화할 수 있는 바이오텍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기에 앞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임상2상, 임상3상 혹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려고 한다"며 "이후에는 직접 출시 및 판매까지 담당하는 제약사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임상1상을 마친 BBT-877의 세계 판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최대 1조5천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2018년 12월에는 대웅제약과 최대 440억 원에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의 아시아 22개 국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뒤 공동으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