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8-17 14: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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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가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스마트폰 대결에도 영향을 미칠까?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분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대선 결과가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스마트폰 대결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삼성전자(왼쪽)와 화웨이 로고.
17일 미국 CNBC에 따르면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놨던 화웨이 관련 제재가 완화할 공산이 크다.
CNBC는 “11월 선거는 화웨이 스마트폰사업부가 생존할지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중국에 관한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는 그동안 미국이 자국 중심적 무역정책 및 관세 인상 등을 통해 중국경제를 제재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은 만큼 앞으로는 동맹국과 연대를 통해 더욱 신중하게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강점을 지닌 대부분의 중국 기업과 달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삼성전자 못잖은 제품을 선보여 왔다. 그 중심에는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시리즈가 있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하지만 기린 시리즈는 현재 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 정부가 9월부터 시행하는 제재안에 따르면 기린 시리즈 등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하는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수급을 막겠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기린 시리즈를 대신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찾고 있다. 미국 퀄컴, 중국 유니SOC, 대만 미디어텍 등의 제품들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기린 시리즈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미디어텍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에 특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니SOC의 설계능력은 아직 다른 선도기업에 미치지 못한다. 퀄컴은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으로 이름이 높지만 미국기업이라서 화웨이와 거래가 힘들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오래 지속되기를 내심 바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최근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20%(5580만 대)를 보였다.
2위인 삼성전자의 출하량 5430만 대와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분기별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게다가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스마트폰에 유튜브와 같은 구글 기반 모바일서비스(GMS)를 적용하지 못하게 됐는데도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제품을 판매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 현지의 ‘애국 소비’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대표적 중국기업 화웨이에 중국 소비자들이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화웨이의 2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46%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기린 시리즈를 스마트폰에 탑재하지 못하게 되면 애국소비 열풍도 사그라들 수 있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기업과 화웨이 제품의 차별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따라잡았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요를 중국기업들이 나눠가지게 되면 자연히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격차는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는 이미 GMS가 적용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샤오미 등에 밀려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기관 캐널라이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2분기 유럽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를 제치고 출하량 점유율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1위를 유지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미국 포브스는 “화웨이가 2분기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보다 높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점유율을 늘려 손해를 보전하는 것은 길게 지속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결국 바이든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스마트폰사업 추격을 뿌리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아니면 화웨이가 반등의 기회를 잡을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 정계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미국 정부의 강경 노선이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포춘은 정치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 창립자 이안 브레머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중국 관계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면서도 “미국에서 광범위한 초당적 합의가 있는 유일한 문제는 중국에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