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기업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통신시장에 이어 방송시장까지 장악해 공정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씨앤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SK텔레콤을 유력 인수후보로 꼽았으나 물건너 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SK텔레콤 통신 이어 방송시장까지 장악할 것”
KT와 LG유플러스는 3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통신과 방송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는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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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KT는 “SK텔레콤이 케이블TV와 알뜰폰 점유율 1위 기업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시장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과반수를 차지하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유료방송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SK텔레콤은 방송과 통신을 엮은 ‘결합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와 초고속 인터넷이 이에 포함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가 허용되면 유료방송 상품이 이통사의 끼워팔기 전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2002년 신세기이동통신을 합병할 때를 예로 들며 “당시 정부는 SK텔레콤의 이통시장 점유율이 50% 아래로 낮아지는 것을 전제로 합병을 승인했다”며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도 강도높은 인가조건이 뒷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 이런 반발이 나오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 할 열쇠를 쥐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기반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승인 여부를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정위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인가심사를 미래부와 함게 진행한다. 현행법상 자산매출액이 2천억 원이 넘는 기업이 자산 매출액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인 기업을 인수하면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아직 인수와 합병 인가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며 “신청서가 접수되면 미래부와 함께 면밀히 검토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MBK파트너스 곤혹
MBK파트너스가 이번 인수의 최대 희생자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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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SK텔레콤이 최근까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최대주주로 있는 ‘씨앤앰’ 인수를 놓고 검토해왔는데 이번 인수로 그 가능성이 완전히 무산됐다는 것이다.씨앤앰은 케이블TV 시장점유율 3위 사업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인수가격과 고용권 승계 등 문제 때문에 씨앤앰 인수를 포기하고 대신 케이블TV와 알뜰폰 시장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휘하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HQ엔터테인먼트’가 SK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는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로 방향을 전환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SK텔레콤에 ‘씨앤앰’을 넘기기 위해 구체적인 매각가격을 제시하는 등 최근까지 물밑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SK텔레콤 입장에서 케이블TV 점유율 3위인 ‘씨앤앰’보다 케이블TV와 알뜰폰 시장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와 더 구미가 당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