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선박전복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춘천 의암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야 하는 곳간지기 역할이 올해는 유난히 험난하다.
코로나19로 재정여력을 상당히 소진한 상황에서 2006년 태풍 ‘에위니아’에 이후 14년 만에 집중호우 재해 극복을 위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예비비와 재난재해 기금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충분한 재정지원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지원을 위해 4차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들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정부는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당정이 할 수 있는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피해복구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고위당정협의를 열도록 할 것”이라며 추경 편성을 꺼내들었다.
홍 부총리로서는 정치권에서 4차 추경을 추진하는 것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과 한 달 전인 7월에 이미 세 번째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 해에 추경을 세 차례 편성한 것도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네 번째 추경까지 편성된다면 1961년 이후 59년 만의 일이 된다.
추경의 횟수도 횟수지만 올해 편성된 추경은 규모도 컸다.
1차 추경은 11조7천억 원, 2차 추경은 12조2천억 원, 3차 추경은 35조1천억 원으로 이미 편성된 추경 규모는 모두 60조 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에 편성된 추경 28조4천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본예산이 512조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본예산의 10% 이상이 추경으로 편성된 셈이다.
국가채무비율도 지난해 38.0%에서 올해 45%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 듯 4차 추경 논의와 관련해 “집중호우, 태풍 등 피해가 있을 때 정부가 재난대책 예비비를 지원하도록 돼있고 현재 재해대책 목적예비비 1조9천억 원, 일반예비비 7천억 원 등 2조6천억 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4차 추경 편성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내보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여론을 의식해 추경 편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홍 부총리로서는 끝까지 반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과 관련해 민주당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다가 결국 반대의사를 접었던 바 있다.
게다가 재난지원을 위한 추경과 관련해 미래통합당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친 뒤 “이번 수해 규모가 커서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로서는 추경이 논의되면 복구사업 등과 관련한 예산 편성을 가능한 내년으로 미루는 방식으로 추경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방안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으로는 복구라는 것이 몇 달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방이나 다리 복구 등은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고 관련 예산은 꼭 올해 필요한 게 아니다”며 “복구시점에서 필요한 돈 말고는 내년에 확보해도 큰 차질이 없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재정당국에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같은 날 열린 집중호우 및 태풍 상황점검회의에서 2006년 이후 동결된 재난지원금 지원기준의 현실화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만큼 홍 부총리의 예상보다 지원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정 총리는 사망자 1천만 원, 주택전파 1300만 원 등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들며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11일 충청북도 음성군 수해복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보상과 재난지원금 등도 과거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여러 가지 부품 등 가격이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해 실질적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