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최근 해운사업을 확대하는 등 몸집을 불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그룹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곳간으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비서 출신인 김경배 사장이 이끌고 있는데, 김 사장의 오너 보좌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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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
14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7% 증가한 3조2842억 원, 영업이익은 10.2% 증가한 1544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 관계자는 “1분기 현대기아차 수출증가로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현대제철 3고로 가동에 따른 원료수송의 증가세도 이어졌다”며 “앞으로 현대글로비스가 해운사업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현대글로비스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현대정공에 입사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했다. 김 사장의 총수 보좌는 정몽구 회장 때에도 계속됐다. 김 시장은 2007년 현대차그룹 비서실장으로 선임돼 정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김 사장이 2009년 현대글로비스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정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중용한 인사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로 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 원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가 정 부회장 승계자금의 최대 돈줄로 꼽히는 만큼 정 회장이 심복인 김 사장을 중용해 현대글로비스를 키우게 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젊은 나이에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된 점도 정의선체제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게 했다. 김 사장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을 때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연소 대표이사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김 사장은 올해 51세로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젊은 편이다. 정 부회장과 나이 차이도 6세에 불과하다.
김 사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꾸준히 성장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글로비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배씩 뛰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해운사업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서면 업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물량 덕분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유통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물류부문에서 현대기아차의 완성차뿐 아니라 현대제철의 철광석 운송을 담당한다. 유통부문에서 반조립(CKD, 부품을 수출해 목적지에서 조립하는 것) 자동차 수출사업을 진행하면서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매출 중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등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덕분에 성장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김경배 사장은 그동안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외부 거래처 확보에 나서는 한편 자동차 운송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사장의 외부 거래처 확보를 위한 노력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포드 닛산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물류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운송 부문에서 외부거래 비중은 2010년 12%에서 2013년 40%까지 높아졌다.
김 사장은 자동차 운송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0월 현대오일뱅크의 원유 운송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를 위해 현대삼호중공업에 초대형유조선 4척을 발주하고 유조선 발주자금 조달을 위해 4천억 원대의 선박펀드도 조성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체결한 원유 운송사업 규모는 1조1100억 원에 이르며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곡물이나 석탄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사업 확대도 추진중이다. 회사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물업체 BHP빌리턴과 곡물회사 카길 등과 장기운송 계약을 맺어 벌크선사업을 늘리고 있다.
최근 벌크선사업 1위 기업인 STX팬오션 임직원 수십여 명을 영입하면서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STX팬오션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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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배(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지난해 10월 현대글로비스 소속 스테나 폴리스호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기념한 입항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현대글로비스 소속 스테나 폴라리스호가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치고 광양항에 입항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성공적 시범운항에 힘입어 올해 7~8월쯤 유럽과 한국을 왕복하는 북극항로 상업운항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아시아 최초 북극항로 상업운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자리에서 ‘2020년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 사업비전’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선대를 현재 70척에서 500척으로 확대하고 해운사업 매출도 현재 2조 원에서 8조 원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