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겸손을 강조한다.
박 의원은 '세월호 변호사'로 영입됐을 때 일성이 "국민 앞에 겸손한 정치를 만들겠다"였다. 국회에 들어온 뒤에도 박 의원은 서민적 모습을 보여주는 겸손한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박 의원이 재선 의원이 된지 100일도 되지 않아 176석의 거대 여당을 이끄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2019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했던 말이 소환돼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제가 저는 (정치를) 잘 못하는데 할 사람은 잘 알아보는 편”이라며 “고 노 전 대통령 초선 시절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하고 이해찬 의원이 총리하면 좋겠다 말했는데 한 15년 지나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을 마치고 박 의원을 훑어 본 뒤 “되게 괜찮다”며 “어디가 다른지는 모르지만 좀 남다른 사람이 거기까지 가는 건데 박 의원을 보고 있으면 성숙하다고 할까 뭔가 좀 느낌이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주민 의원의 선거운동을 보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시대전환, 새로운 질서 등을 화두로 열변을 토하는 그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진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전환의 시대에 국민통합과 지방분권을 강조한 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더욱 빛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의 시대’는 박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순간부터 꾸준히 던지는 화두다.
박 의원은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출마이유를 놓고 “두려움 없는 개혁, 중단 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다”며 “민주당은 코로나19 이후 전환의 시대를 맞아 태세를 전환해야 한다, 시대를 교체하는 첫 번째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대표 출마 이유를 놓고
이낙연 의원이 ‘국난 극복’,
김부겸 전 의원이 ‘재집권 선봉장’을 내세우는 것과 비교하면 박 의원의 명분은 다소 결이 달라 보인다.
당장 현안보다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느낌이 강하다.
다음 대선주자로서 갈림길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는 이 의원이나 김 전 의원과 비교하면 박 의원에게 이번 당대표 선거의 승패는 상대적으로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당대표 선거가 재선의원인 박주민을 대선후보급 정치인의 반열에 올려 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에게 '친문'이라는 후광이 따라다닌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개혁 인사로 권리당원 사이에서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당대표 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문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인 2016년 ‘세월호 변호사’, ‘거리의 변호사’로 대중에 널리 알려진 박 의원을 영입했다.
박 의원의 잠재력은 2018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이미 확인됐다.
박 의원은 2018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21.28%로 1위를 차지했고 2020년 총선에서도 지역구인 은평구갑에서 64.29%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친문에 뚜렷한 당대표 후보,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박 의원에게는 기회다.
당대표 후보인 이 의원이나 김 전 의원 모두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아닌 만큼 갈 곳 없는 친문의 표심이 박 의원에게 어느 정도 쏠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남국, 김용민 등 젊은 초선 의원들을 비롯해 이재정 의원 등 민변 출신 의원들이 주로 박 의원을 돕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양숙 여사는 31일 고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박 의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니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덕담을 건냈고 박 의원 딸의 안부를 물으며 “민주당도 건강하게 잘 키워 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원은 올해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1주기 행사 참석을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를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고 노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