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하반기 극자외선 공정에 더 속도를 내 메모리반도체사업 원가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줄었던 스마트폰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등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같은 성능에도 더 저렴한 제품을 내세워 시장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는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에 힘입어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서 디스플레이사업을 제외한 반도체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조43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57.4% 늘었다.
이제 김 부회장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수요에서 삼성전자가 우위를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근 양산체제를 갖춘 극자외선(EUV) 공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는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5G통신 확대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에서 극자외선 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는 등 기술과 원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 공정에서 만들어진 D램과 관련해 "하반기 대형 고객사와 제품 인증(샘플링)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자외선 공정이란 불화아르곤레이저 등 기존 광원 대신 극자외선을 활용해 훨씬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성능과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높이고 제품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한다.
또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웨이퍼당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찍어내 반도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극자외선 공정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극자외선 공정 노광장비는 1대당 1500억~2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극자외선 공정에 투자한 결과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극자외선 공정 양산체제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김 부회장의 진취적 사업방식 때문에 가능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과거 성과를 발판으로 현재 사업기반을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경기 변화에 강건한 사업체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극자외선 공정에서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면 현재의 독보적 시장 지위를 더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1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시장 규모는 94억 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50%를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시장은 하반기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근 코로나19 확산 초기보다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6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5월보다 33% 늘었고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월 4월 5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40%, 30% 줄었는데 6월 들어 상대적으로 감소세가 둔화한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봉쇄조치가 완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