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BC카드를 대주주로 맞으면서 약점으로 꼽히던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BC카드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경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3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BC카드 플랫폼인 '페이북'과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 영업재개와 발맞춰 주주사와 시너지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BC카드가 보유한 페이북과 제휴서비스 출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의 길이 열리며 1년 넘게 멈춰 있던 대출영업을 재개했는데 플랫폼 경쟁력이 확보되면 선두 주자인 카카오뱅크 추격에도 고삐를 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만큼 플랫폼 경쟁력이 영업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케이뱅크는 플랫폼 경쟁력이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다.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를 등에 업고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자체 플랫폼만으로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늦었던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수 4500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2019년 순이익 137억 원을 거둬 들이며 출범 2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전체 순이익보다 많은 185억 원을 달성했다.
토스뱅크도 2021년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플랫폼 경쟁력에서는 케이뱅크를 이미 앞서고 있다. 토스뱅크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 플랫폼 가입자 17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을 통해 영업을 재개해도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서가는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뒤쫓아오는 토스뱅크와 경쟁도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BC카드와 플랫폼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C카드가 보유한 간편결제 플랫폼인 페이북은 가입자 수 8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페이북 결제액은 월평균 1조 원가량에 이른다.
케이뱅크로서는 BC카드라는 대주주를 맞으면서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채 영업에 나섰던 3년 전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행장은 앞서 BC카드 대표이사로 재임하고 있던 2018년 페이북에 QR코드 결제 기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이용자 수를 3배 이상 끌어올렸다. 페이북과 케이뱅크의 시너지가 더 기대되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와 BC카드가 KT금융그룹으로 편입된 만큼 장기적으로 제휴를 넘어 통합 플랫폼으로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BC카드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업 카드사와 달리 결제망 개발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집중해 온 만큼 서로 중복되는 분야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KT는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자본확충을 추진했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이를 승인받았다.
금융위원회는 22일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승인했다. BC카드는 28일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주식 3900만2271주를 취득해 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