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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소송에서 정치논리 엄호받아 기사회생하나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7-23 13: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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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벌이는 미국 배터리 소송전에서 고용창출 등 미국 내부 정치논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두 회사의 배터리 생산기지가 위치한 주정부들끼리의 힘겨루기에 각 회사들의 고객사인 완성차회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소송전을 둘러싼 판도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소송에서 정치논리 엄호받아 기사회생하나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과 장외세력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의를 내세우고있는 만큼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기 패소 판결로 패색이 짙던 SK이노베이션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영업기밀 탈취를 들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미국 경쟁당국인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판결 만큼이나 미국 행정부의 판결 집행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소송전에서 판결은 국제무역위원회가 한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조기 패소 판결을 받아 10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국제무역위원회가 영업기밀 관련 소송의 예비 판결을 최종 판결에서 뒤집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의 패색이 짙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소송전이 법리 해석의 문제를 뛰어넘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그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치적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일자리 문제를 앞세워 판결을 뒤집는 전례를 만들어 내거나 혹은 미국 행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논리로 국제무역위원회가 내린 판결의 집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21일 로이터 등 외신들은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포드 두 완성차회사가 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되면 배터리 수급이 어려워져 미국 전기차 생산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는 내용을 서한에 담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양산을 목표로 1조1천억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4월에는 2023년 양산을 목표로 2공장을 짓기 위해 8944억 원을 출자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배터리 1공장은 폴크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생산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한 공장이다. 2공장은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조지아주 인근 완성차회사들의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이 가운데 포드가 있다.

이번 배터리 소송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공장들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수입할 수 없어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만약 SK이노베이션이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조지아주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전기차 생산공장이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일자리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공장의 일자리 창출효과와 미국 완성차산업 종사자들의 실직 위험까지 거론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폴크스바겐과 포드가 국제무역위원회에 보낸 서한이 사실상 미국 정치권에 보낸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폴크스바겐과 포드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원활하게 생산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서한은 국제무역위원회가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뒤집지 않더라도 일자리 창출효과를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미국 행정부에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판결에 미국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60일이다. 미국 대선이 11월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소송전의 판결을 확정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몫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소송에서 정치논리 엄호받아 기사회생하나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1공장의 건설현장. < SK이노베이션 >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해외기업의 미국 투자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도 LG화학과 제너럴모터스의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차질과 그에 따른 폴크스바겐과 포드의 전기차 생산 차질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차 확산하며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더욱 힘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가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판결을 뒤집은 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있었으며 가장 최근 사례는 2013년 8월이다.

당시 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기업과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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