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보유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시점인데 한온시스템 주식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구도에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2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매각을 놓고 투자금 회수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4년 12월 한온시스템의 지분 69.99%를 3조940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의 지분 50.5%를 약 2조8400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약 1조1천억 원에 지분 19.49%를 사들여 2대주주에 올라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앤컴퍼니가 들고 있는 한온시스템 지분의 우선매수청구권도 지니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에 따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매각할 때 한온시스템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용 부품 및 시스템, 전자전기 기계기구용 및 기타 산업용 부품 등을 제조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타이어사업 외에도 비타이어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우선매수청구권으로 한온시스템 지분을 사들이고 자동차부품사업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부를 넘겨받으며 사실상 후계자로 입지를 굳힌 만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사장이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달리 타이어사업보다는 신사업 찾기에 힘을 쏟았던 점을 놓고 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한온시스템을 품을 수도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조 사장은 6월26일 조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인수했다
. 이에 따라 조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42.9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다만 조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경영권을 두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시선도 있다.
조 사장이 협력업체로부터 매달 수백만 원씩 6억여 원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는데 형이 확정되면 상당기간 사내이사에 오를 수 없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는 조 부회장이 맡고 있는 만큼 최대주주는 조 사장이지만 조 부회장이 한동안 경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소 조 사장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바라본 반면 조 부회장은 타이어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조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계속 맡게 되면 한온시스템 지분 매입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사장이 한온시스템 보유지분 매각을 놓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지 5년이 지난 만큼 조만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보통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하고 5년 정도가 지나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온시스템의 1분기 실적이 악화됐고 기업가치가 떨어진 점도 한 사장이 지분매각 시기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온시스템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97억 원, 순이익 332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36.1%, 순이익은 41.2% 줄었다.
21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의 지분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약 2조5천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2019년 약 1조3천억 원가량에 인수한 마그나그룹의 유압제어사업부 가치를 더하면 한온시스템의 가치는 5조 원에서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