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당대표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는 ‘친문재인계’ 핵심 정치인으로 꼽히는 만큼 당대표 도선에 나선다면 선거판세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최고위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를 21일 오전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다소 뜻밖인 박 최고위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개혁 분위기 조성과 흥행몰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양자구도를 형성하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정치경험이 풍부하고 안정감이 있지만 개혁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대표 선거가 양자구도로 흘러가면 개혁이슈의 공론화나 정책대결 대신 이낙연 대세론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40대 재선 의원인 박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안에 개혁적 목소리를 크게 하고 젊은층의 의견에 더 많은 관심을 쏟도록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최고위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박 최고의원은 다음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되기도 하는데 당내에 후보군이 많은 데다 내년 4월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당대표 출마로 정치적 진로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박 최고위원의 출마가 주목되는 이유는 당대표 도전이 선거판을 예상보다 크게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재선 의원으로 이낙연 의원이나 김부겸 전 의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연륜이 짧지만 개혁 이미지가 강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와 관련한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검찰개혁 등 주요 사안마다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박 최고위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영입해 정계에 발을 들인 인물이다. 2018년 전당대회에서 박 최고위원이 초선 의원임에도 가장 높은 득표율(21.28%)로 최고위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친문세력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로서는 박 최고위원이 출마한다면 김부겸 전 의원보다는 이낙연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상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이낙연 의원은 김부겸 전 의원보다 친문세력의 지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 최고위원이 전당대회에 뛰어들면 이 의원을 지지하는 친문 표밭이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대표 선거 준비가 늦었다는 점에서 박 최고위원이 도전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원내 의원들이나 원외 위원장 가운데 이미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많아 당선은 고사하고 거물급 정치인들 틈바구니에서 상처만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박 최고위원이 다음 당대표 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수도 있다.
이낙연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뒤 대선후보 출마를 위해 2021년 3월에 사퇴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그때 친문계인 박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돼 다음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은 20~21일 이틀 동안 이뤄진다. 박 최고위원이 당대표 출마를 결정한다면 21일 후보 등록과 함께 출마 이유를 상세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