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BAT코리아 새 사장이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아이코스와 릴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글로의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과거 '던힐' 브랜딩을 맡아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산 담배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김 사장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14일 BAT코리아에 따르면 한국과 아시아시장에서 던힐 브랜드 마케팅에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을 선임한데 이어 차세대 전자담배기기 출시로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먼저 '던힐'과 '글로'의 브랜드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BAT그룹의 비전을 알려 소비자 마음부터 얻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이제 막 취임한 만큼 아직 구체적인 행보를 말하기엔 이르다"면서도 "과거 던힐 담배 전성기를 이끌었던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과거 '던힐시대'를 이끌었던 브랜드팀을 다시 가동해 철저한 시장조사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던힐의 브랜드를 담당했는데 김 사장과 던힐 브랜드팀은 2004년 서울 강남 압구정에 던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이곳을 거점으로 던힐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과거 던힐 브랜드팀은 철저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 취향를 분석해 많은 신제품 출시에 관여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립해 던힐을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산 담배로 만들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던힐 브랜드는 김 사장이 브랜드팀 팀장을 역임했던 2010년 점유율 18%대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BAT그룹의 비전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김 사장의 과제다.
BAT그룹은 올해 3월 ‘더 나은 내일(Better Tomorrow)’라는 비전을 내놨는데 여기에는 담배회사로서 환경과 국민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사회와 공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를 위해 BAT그룹은 담배의 독성을 줄이고 화재와 화상 위험을 줄이는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탄생한 제품이 ‘글로’다.
하지만 글로는 예열시간이 길고 자극이 낮은 점 때문에 시장에서 좀처럼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는 경쟁사 제품들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입안 화상 문제가 없고 냄새와 잔여물이 남지 않아 뒤처리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 BAT재팬이 2020년 4월 출시한 '글로 하이퍼' 이미지. |
BAT코리아는 올해 차세대 전자담배기기도 출시해 반등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벼르고 있다.
글로 하이퍼는 일본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20%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 초까지 한국시장에 내놓고 던힐과 글로 브랜드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BAT코리아에 따르면 글로 하이퍼는 글로 제품군의 문제로 지적됐던 긴 예열시간과 자극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효과적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구체적 출시시기는 시간을 두고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BAT코리아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4년 이후 매출이 연평균 5%씩 하락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2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BAT코리아는 2018년 영업손실 7억6천만 원을 냈는데 2019년에는 영업손실이 51억으로 대폭 늘었다. 일반 담배시장 정체와 더불어 신규시장인 전자담배시장에서 실적이 나오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BAT코리아의 전자담배기기 글로와 전용스틱 네오스틱 모두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BAT코리아는 2016년부터 사장을 모두 4번이나 교체하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새롭게 BAT코리아 사장에 오른 김 사장이 과거 던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경험을 되살려 현재 어려움에 처한 BAT코리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은지 사장은 13일 취임 인사말에서 "그동안 쌓아온 마케팅 및 영업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BAT코리아의 국내사업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